‘몰라베이’에서.. ⓒ9000dong<?xml:namespace prefix = o />
이거 해삼 맞지요?
산중에 있을 때 송이버섯을 따러 쫓아다닌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산마을 사람들이 “송이는 따러 가는 것이 아니고 만나러 간다”는 표현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송이가 얼마나 귀하고 값지기에 송이 나는 곳은 며느리한테도 안 가르쳐준다는 설까지 생겨났으며, 함께 따라나선 친구 각시는 송이를 발견한 순간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뵙는 것보다 더 반갑다”고 익살을 떨더군요. 두발로 걸어 다니며 얻을 것들이 많은 이곳 바닷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을 법 합니다.
풀밭에서는 힘깨나 쓰고 물에서는 젬병인 민보살 내외가, 바다에 일가견이 있다는 ‘박친절’부부와 ‘야문정’부부에게 또 바람을 잡았습니다. 명색이 강태공들이라면 몇 군데 어장은 알고 있을 거라는 짐작이 그 ‘범벅궁’의 머리를 스쳤을 테지요.
지체 없이 다음 날, 집 나서서 끓여먹으면 가장 흐뭇한 ‘꼬불면’을 챙겨 물때에 맞춰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치르고 돌아와서는 누구도 눈과 입을 봉한 금지테이프를 떼어내서는 안되었습니다.
민벅궁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물속으로 따라 들어가 두리번거리기 시작합니다. 그이의 짝궁은 이곳에 와서까지 그 너른 데를 놔두고 남편만을 죽기살기로 쫓아 댕깁니다. 해삼을 잡으러 온 게 아니고 남편을 잡으러 왔습니다. ‘금슬’하면 이 집을 빼놓고는 논할 수가 없을 지경이지요.
바람을 잡았던 그 민벅궁이 방금 잡아 올린 해삼을 짝궁에게 건네며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는가 봅니다.
냉큼 받아 든 짝궁이 두 손으로 정성껏(?) 만지 작 거리더니 물컹한 것이 엄청 빳빳하다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군요. 성인들만이 눈치챌 수 있는 언어를 대놓고 구사하는 것으로보아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얘기것지요.
산중에서 농사지을 때 신으려고 아껴두다 가져온 타이어표 고무장화,
각시가 밭꼬랑 전용이라며 벗어 던지고 그냥 맨발로 어그적거리며 돌아다니더니만, 그럭저럭 19금에 도전할만한 물건을 건져 이 범벅궁(본인)에게 정신차리라는 듯 들이밀고 있습니다.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한국에 아줌니를 두고 단신으로 오셔서 풀밭이고 어디고 닥치는 대로 돌아댕기며 즐기고 계시는 ‘굿보이 정’님 이십니다. 얼마나 주무르고 다녔는지 “내 것은 왜 이 모냥이냐”며 투덜대시는데, 아마도 자취 집에 돌아가 지나친 효험을 기대하여 생긴 과잉보호 질식사로 보입니다.
이 양반들, 고기는 한 마리도 못잡고 먹기는 수대에다....
바다는 인간이 벌떼처럼 달겨들어 뭉개버리지만 않는다면, 큰 노동 없이도 얻어먹을 것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는 자물통 없는 곳간이나 다름 없지 싶습니다.
그날 그 바닷가 해삼 서식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우리를 안내한 부부는, 여기가 '몰라베이'라는 곳이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새겨 주셨습니다.
몰라베이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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