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를 수소문해 가장 좋은 재료를 식탁에 올리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위해
천연 양념마저도 최대한 덜어내며, 조리 과정에서는 고지식할 만큼 정성을 다한다.
서울 삼청동 골목에 위치한 정갈한 한식집, 복정식당 김지현 대표의 요리엔 진정성이 있다.
된장찌개와 보리굴비 정식
김지현씨에게 된장찌개와 보리굴비 정식은 추억의 밥상이다.
아버지가 전분을 넣어 마파두부처럼 걸쭉하게 끓여준 옛날식 된장찌개에
바짝 말려 손으로 잘게 찢은 후 참기름을 살짝 둘러 먹던 보리굴비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깊으면서도 개운한 맛이 종종 생각나 이 번거로운 조리법을 고집해가며 종종 식탁에 올리곤 한다.
1 된장찌개
재료 올리브 오일 3큰술, 대파 1대 반, 쇠고기(불고기용) 50g, 후춧가루 1/2작은술, 양파 1개, 감자 1/2개, 표고버섯 2개,
풋고추 5개, 두부 1/2모, 전분 3큰술, 맛국물(물에 무, 멸치, 다시마, 양파를 넣고 끓여 우린 후 조선된장을 푼 것)
만들기
1_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송송 썬 대파를 올려 볶는다.
2_쇠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후춧가루와 함께 1에 넣고 볶는다.
3_양파와 감자, 표고버섯은 각각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_3을 2에 넣고 함께 볶는다.
5_냄비에 맛국물을 붓고 4를 넣어 끓이다가 풋고추와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고 좀 더 끓인다.
끓어오를 즈음 전분을 찬물에 풀어 냄비에 가장자리를 따라 붓는다.
6_마파두부처럼 걸쭉해지면 불을 끈다.
2 보리굴비
보리굴비는 잘 손질한 후 반으로 갈라 망에 넣고 햇볕 좋은 날 통풍 잘되는 곳에서 2주 정도 바짝 말린다.
잘게 찢은 후 참기름을 살짝 둘러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리면 입맛 돋우는 밥반찬이 된다.
묵은지와 토마토의 조화, 등갈비김치찜
재료
돼지 등갈비 6대, 잘 익은 배추김치 1/4포기, 조선무김치 1/6개, 파김치 5줄기, 토마토 1개, 파 1/2개, 청양고추 1개,
맛국물(물, 무, 멸치, 다시마, 양파를 넣고 끓인 것)
만들기
1_파와 청양고추는 깨끗이 씻어 어슷하게 썬다. 토마토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_돼지 등갈비는 찬물에 담갔다가 끓는 물에 한 번 데쳐 핏물을 제거한다.
3_냄비에 맛국물을 붓고 돼지 등갈비를 넣어 30분 정도 끓인다(압력솥에 끓여도 된다).
4_3에 배추김치, 무김치, 파김치와 함께 토마토, 파, 청양고추를 넣어 뭉근한 불에서 1시간가량 더 끓인다.
얼큰하고 담백한 맛, 육개장
재료
한우 양지 400g, 표고버섯 6개, 고사리·토란대 250g씩, 대파 1/2단, 조선간장 1/2컵,
다진 마늘·다진 파·고춧가루 5큰술씩, 후춧가루 1큰술, 멸치·무·다시마·양파·참기름 적당량씩
만들기
1_토란대와 고사리는 깨끗이 씻어 물에 불렸다가 10cm 길이로 찢는다.
2_대파는 깨끗이 씻어 6cm 길이로 자른다.
3_한우 양지는 찬물에 담갔다가 끓는 물에 한 번 튀겨 핏물을 제거한 후 멸치, 무, 다시마, 양파를 넣고 뭉근한 불에서 끓여 육수를 낸다.
4_3에서 고기만 건져 고기 반대 결대로 새끼손가락 굵기로 썬다(그래야 씹히는 맛이 좋다).
5_4에 조선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후춧가루, 고춧가루, 참기름으로 간을 한다.
6_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5의 고기를 넣고 볶다가 3의 육수를 붓고 표고버섯, 고사리, 토란대, 대파를 넣고 3시간 정도 끓인다.
7_기호에 따라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다.
재료와 불, 양념의 3박자
그녀의 요리 원칙은 간단하다.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은 재료가 첫째라는 간단하지만 명료한 사실을 지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제철에 나는 좋은 재료를 구하는 데 극성스러울 만큼 공을 들인다.
갈비를 제외한 쇠고기는 최상급 한우만을 취급하는 단골 정육점에서 소량씩 구입한다.
채소는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그날그날 구입하고, 보리굴비는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굴은 경남 통영에서, 깻잎과 콩잎, 산초, 고추는 잘 아는 스님에게서 받아다 쓴다.
소금은 몇 년째 충남 태안 천일염만 사용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재료 공급처라 하더라도 품질이 조금 달라졌다 싶으면 엄격한 ‘검증’을 거쳐 중도에 교체하기도 한다.
좋은 재료 다음으로 중요한 건 불을 잘 쓰는 것.
“각각의 재료를 가장 좋은 상태로 알맞게 익히는 것이 중요해요.
무찜의 경우 쇠갈비, 돼지등갈비살, 닭다리가 들어가는데, 각각 가장 맛있는 최적의 불 온도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따로따로 알맞게 익히는데, 그만큼 시간은 걸리지만 맛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죠.”
양념은 최대한 덜어내는 것이 김지현씨의 원칙이다.
제철에 나는 좋은 재료를 어렵게 구했는데, 양념을 많이 사용하면 재료가 주는 고유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
이는 천연 양념이라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떠나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사라진다면, 음식으로서 생명을 잃는다는 것이 김지현씨의 얘기다.
“양념을 적게 넣은 음식은 처음에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음미할수록 재료의 다양한 맛이 나거든요.
이 계절엔 이 맛이었는데 계절이 바뀌니 맛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쓴맛도 있었구나 등등 계절에 따른 재료의 미묘한 차이까지 혀가 느낄 수 있게 되죠.
그게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