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 3남 2녀의 자녀가 있다. 첫째인 봄이(닉네임)는 봄에 태어난 왕자이고, 둘째와 셋째인 여름이와 가을이 두 공주에 이어 넷째와 다섯째 겨울이와 새봄이는 왕자들이다. 연령대는 큰 애가 열 다섯이고 막내는 두 살이다. 6년전에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면서 다섯 아이들이랑 하루 종일 지지고 볶으며 생겨나는 일화들이 많다. 잼난 일도 있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도 있다. 아이들과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집 뒤 학교 운동장으로 가족산책을 나갔다. 우리 집 개 세모도 데리고 갔다. 막둥이 새봄이가 제일 신나라 한다. 26개월인 새봄이는 말 그대로 날아다닌다. 전속력으로 휘젖고 다니다가 넘어지기 일쑤다. 넘어져도 웬만큼 다쳐서는 벌떡 일어나서 다시 달린다. 무릎이 긁히는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 솟아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높은 데로 올라가서 뛰어내리기 선수이고, 언덕에서 달려 내려올 때 가속이 붙는 스릴을 즐기느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학교 운동장 끝에 있는 작은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러는 새봄이를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절로 난다. 넘어져서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혼자서 그렇게 열심히 놀 수만 있으면 쉬우련만, 꼭 엄마 손을 끌어당기며 같이 언덕을 오르자고 한다. 이 꾀쟁이가 한두 번은 혼자서 오르내리다가 힘들어지면 엄마 힘을 빌려 쉽게 올라가려는 심상이다. 언덕아래로 치 달리는 재미를 누리려고 나름 머리를 쓰는 게다. 새봄이랑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온 운동장을 누비며 달음질하다 보니 땀이 나면서 기분도 상쾌해진다. 아이들이 효도한다.ㅋ
가을이랑 겨울이는 언덕 위에 올라서서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를 꾸엑꾸엑 질러댄다. 좋아라 한껏 질러대는 고성은 흡사 새소리 같다. “얘들아, 쉿! 소리가 너무 커. 소리 좀 줄여. 옆집 사람들한테 방해가 돼.” 엄마가 말려 겨우 안정시킨다. 놀이동산이나 온 것마냥 최고조로 소리지르는 귀염둥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들뜬 상태가 된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 마음을 밝게 만드는 마력 같은 것이 있지 싶다.
큰 애와 둘째는 학교건물 바깥쪽에 달려있는 봉 모양의 기둥을 타고 지붕이 닿는 곳까지 올라간다. 어려서부터 해버릇해서 눈깜짝할 사이에 손쉽게 봉 꼭대기에 올라간다. 신기한 서커스 멍키들이다.^^ 봄이는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고 여름이는 맨발이다. 봉에서 내려온 봄이가 아빠랑 대화를 나눈다. 봄이는 아는 것도 많고 생각도 많다. 나이 탓인지…… 주절주절 말도 많이 한다.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 봄이 말을 들을 때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 아빠와 봄이의 대화를 엿들으니, 아르바이트에 관한 내용이다. 가족여행 경비 마련에 보탬도 되겠고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겠다고 한다. 밖에서 나누는 대화는 더 편안하고 말도 술술 더 잘 나온다.
우리 멍멍이도 신났다. 여름이가 세모랑 달리기 시합을 한다.ㅎ 나이가 어지간히 든 세모도 아직까지는 가끔씩 있는 힘껏 내달리기를 원한다. 요즘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는 여름이는 먹기도 꽤나 먹고, 먹은 만큼 열정적으로 세모를 이겨볼 양으로 기를 쓰며 달린다. 집에서 조용히 책 읽기와 보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봄이와 다르게 여름이는 워낙에 몸을 움직이는 야외활동을 좋아한다. 세모랑 달리기가 끝나고 나서 여름이가 동생들이랑 놀이터에서 같이 논다. 아빠와 대화를 마친 봄이도 합세한다. 큰 애들이랑 놀면서 꼬맹이들은 철봉에 올라타기 등 새로운 기술도 배운다. 우리 부부가 학교 한 바퀴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실컷 놀다 들어오니 하루 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 것 같다. 오늘 밤에 잘 자겠다. 집에 들어와서 어른들은 힘들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엉덩이가 붙어버렸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방전되지 않았다. 놀면서 생긴 상처에 밴드 붙이는 것을 서로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아이들이랑 함께 있으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 아이들이 있어서 좋다. 자녀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비록 일도 많고 탈도 많아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