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학습(Field trip)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홈스쿨링의 장점을 활용하여, 주중에 우리 다섯 아이들과 집에서 차로 약 5-10분 거리에 있는 푸푸케 호수(Lake Pupuke)를 다녀왔다. Sylvan Park 주차장에서 잠시 걸어 호수에 도착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카약을 타는 곳도 있고, 오른쪽으로 멀리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노스 쇼어 병원과 왼쪽으로 유명한 펌프 하우스 극장 (The PumpHouse Theatre)이 보였다. 우리 꼬맹이들은 호수가 커서 바다 같다고 했다. 우리가 빵을 줄 것으로 기대했는지 우리 주변으로 흑조들과 오리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호수 위를 유유히 헤엄쳐 오는 흑조들과 오리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풀 위에 앉아서 호수의 풍경을 한참 동안 감상했다. 흑조들이 연방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뭘 잡아먹는 모양이 우습다고 웃는 아이들을 따라 나도 함께 웃었다. 호수를 향해 올망졸망 앉아 있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뒷모습을 놓칠세라 사진에 담으며 예쁜 그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출출해져서 나무그늘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참새들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과자 부스러기를 참새들에게 나눠주면서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뿌듯해했다. 참새들이 처음에는 고사리 손으로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먹고 싶으면서도 너무 코앞에 던져 놓아 겁을 먹고 쉽사리 주워먹지 못하더니 금새 적응이 되어 제법 가까이 와서 먹었다. 참새들에게 줄 것이 다 떨어지고 나서, 공원 한 쪽에 있는 작은 숲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맘에 드는 긴 막대기를 주워 지팡이 삼고, 길 잃은 동화 속 주인공 흉내를 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숲이라고 하기에는 들어가는 길과 나가는 길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너무 좁은 곳이라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우리가 다음으로 옮겨간 곳은 요트클럽 옆으로 난 야생동물 보호구역 (wildlife sanctuary)으로 지정된 산책로였다. 새들의 번식기인 9월부터 12월까지의 기간을 제외하고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산책로 주변의 멋진 집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친절하신 주민 분들과 대화도 나누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활짝 핀 형형색색의 연꽃들을 보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감탄사만 나왔다. 또한 연 잎 위로 달려 다니는 푸케코 새들의 묘기에는 절로 손뼉을 치게 됐다.^^ 아이들은 산책로에 친절하게 놓아둔 트램폴린에서 뛰어 놀고, 달걀 반쪽 모양의 그네를 타면서 행복해 했다.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나도 이 산책로의 매력에 홀딱 반했다.
산책로 주변으로 신문기사로 접했던 거머리말(eelgrass) 문제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에서와 같이 거머리말 풀들이 호수 수면 위에 떠다니고 일부 지역에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카운실에 문제 해결을 요청한 요트 클럽 회원들의 안전에 대한 염려가 이해되었다. 호수 수면이 낮아진 계절이어서 수면위로 보여지는 거머리말을 흑조들이 뽑아 연한 부분만 먹고 나머지 부분을 버려서 물위에 떠다니게 되고, 그것 때문에 물밑의 식물들이 햇빛을 공급받지 못해서 감염되어 호수를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 동안의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였고, 카운실 직원들이 갈퀴로 걷어내는 것 외에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열심히 놀다 보니 큰 애들과 나는 지쳐서 집에 가서 한숨 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세 꼬맹이들은 호수를 떠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각각 엄마와 오빠, 누나의 등에 업혀서야 호수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는 차 안에서 곯아 떨어졌다.ㅋㅋ 야외에 나가서 자연을 만나고 오면, 몸은 피곤해도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집 근처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와 집 앞 공원을 포함하여, 근사한 곳들이 많은 오클랜드 북쪽에 사는 것이 감사하다.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