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면 교장 선생님이 계신다. 교장 선생님은 조회 시간에 훈화 말씀을 통해 학교의 교육 철학과 목표를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교훈하시기도 하고, 교사들과 소통하시면서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하신다. 이와 마찬가지로, 홈스쿨링에서는 아빠가 교장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교육 철학을 전달하고 담임 선생님인 엄마와 소통하면서 교육 목표 달성을 도모한다. 학교가 규모 면에서 거대하고 더 다양한 학생들과 많은 선생님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가족 단위의 소규모인 홈스쿨에서도 필요한 것은 다 있어야 하고, 교장 선생님의 역할 또한 그 중의 하나이다.
지난 2010년 우리가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기 전, 바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을 적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아빠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우리 형편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학교를 선별해서 보냈고, 그 학교의 방침을 신뢰하고 협조하면서, 엄마인 내가 담임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의 학업 및 학교 생활에 대한 의논을 나누고 그 내용을 남편에게 전달해서 대화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는 우리 홈스쿨 철학이나 목표 등의 굵은 뼈대를 잡는 일에서부터 세세한 홈스쿨 내용과 방식까지 직접 만들어내고 이루어 가야 하기 때문에, 남편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학업과 생활에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에서 남편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나이가 어린 셋째 가을이 공주부터 넷째 겨울이 왕자와 다섯째 새봄이 왕자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차츰 아빠의 더 많은 역할 개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지금 칼리지 나이가 된 첫째 봄이 왕자와 둘째 여름이 공주를 키우면서 경험하게 된다. 홈스쿨의 특성상 교장 선생님인 아빠에게 어려서부터 아이들에 대한 사소한 내용까지 보고되고 아빠가 여러 가지 홈스쿨 활동을 감독 및 관여하게 되어서 아빠가 아이들을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래서,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빠의 역할 개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로, 현재 첫째와 둘째는 아빠를 무척 존경하고 따른다. 학교 방침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던 편리함은 없어졌어도 그 점은 우리 홈스쿨의 커다란 장점이 되고 있다.
학습 면에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인 내가 보는 남편은 교장으로서 기독교 가치관에 기반을 둔 우리 홈스쿨의 교육 철학과 목표를 전달하고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부지런히 첫째 봄이와 둘째 여름이에게 성경과 신학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다양한 주제로 토론 및 신앙에 관련된 대화를 하는 것에도 열심을 낸다. 그 내용들은 함께 참여하는 나에게도 아이들을 지도하고 함께 호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춘기가 되면서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중요해진 아이들은 아빠와의 대화 및 아빠와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공부하는 목적과 방향성도 알게 되고,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생활 규칙들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그 외에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인내심과 절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예의와 배려심을 기르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교장 선생님의 역할은 더 나아가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인 나의 고충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며, 지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것을 포함한다. 교장인 남편과 담임인 나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역자인 셈이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자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대화하느라 가끔씩은 주말에 밤을 새우기도 한다. 낮 시간대에는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둘이 대화할 때도 있고, 공원 산책이나 드라이브하면서 대화하기도 한다. 그 시간에는 엄마 아빠의 대화 시간의 필요성과 자신들에게 오는 이득을 익히 아는 봄이와 여름이가 동생들을 돌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