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가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뉴질랜드에서는 다섯 살이 되면 학교에 가기 때문에 보통 다섯 번 째 생일을 크게 치르는 것 같다. 홈스쿨링을 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일상의 연속이어서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하는 편이 낫지만, 고맙게도 봄이와 여름이가 동생을 위해 정성껏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인터넷을 찾아가며 밤 늦게까지 길다란 고무 풍선으로 동물 모양, 꽃 모양 등을 만들어 장식하고 선물을 포장하고 마음을 담아 생일 카드도 썼다. 자원하는 마음으로 동생을 기쁘게 해 주려는 남매의 사려 깊은 행동이 엄마 아빠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식구가 많은 우리 집은 생일 날 친구들을 부를 필요가 없다. 생일 파티는 늘 가족 행사다. 가족끼리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주인공이 촛불을 끈 후에도, 여느 때와 같이 다른 두 꼬맹이들도 촛불을 끄고 싶어 해서 촛불을 켰다 껐다를 몇 번이나 하고 나서야 선물 오프닝을 할 수 있었다. 먼저 아빠의 선물은 엄마가 대신 준비해 준 물감 만들기 세트, 엄마의 선물은 책이다. 다음은 봄이 형이 준비한 그 날의 하이라이트인 시장 놀이 세트. 평소 시장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여름이 누나가 골라 준 것인데, 봄이 형이 모아둔 용돈으로 크게 마음을 썼다. 여름이 누나의 선물은 전에 가족 쇼핑을 갔을 때 겨울이가 마음에 들어 했던 수박 모양의 쿠션을 기억해 두었다가 역시나 자신의 용돈으로 구입했다. 겨울이가 좋아해서 잘 때도 끼고 다니고 낮에도 들고 다니는 것이 보기 좋다. 여름이는 평소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 감동시켜 주려는 좋은 마음을 가졌다.
한 살 위 가을이 누나도 자신의 용돈으로 동생을 위해 비누 방울이 나오는 총을 직접 골랐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생일 카드도 썼다. 동생을 사랑한다는 말과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은 아직 용돈을 받지 못하는 새봄이를 위해 엄마가 대신 달러 샵에서 사서 새봄이 손으로 건네게 한 스탬프 세트였다. 선물을 오픈 할 때마다 주인공인 겨울이를 비롯하여 마치 자기 생일이라도 되는 듯 큰 소리로 환호하는 가을이랑 새봄이 덕분에 더욱 흥에 겨운 파티가 되었다. 가을이와 새봄이가 서운하지 않도록 엄마가 준비해 둔 별도의 작은 선물들을 증정하고 나서, 아빠가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하고 케이크를 먹은 다음, 2부에는 선물 받은 것들을 가지고 노는 시간을 가졌다. 여름이가 동생들과 시장놀이를 얼마나 잘해 주는지 고맙다 못해 감탄이 나왔다. 정말 최고다!
우리의 주인공 겨울이는 기특하게도 스스로 한글을 깨우치고 있는데, 선물 받은 한국산 도장 세트에 나와 있는 글씨를 더듬더듬 읽으며, 모르는 글자를 물어본다. 받침 없는 쉬운 글자부터 한 글자 한 글자 깨우쳐 나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동생들에게 책 읽어 주기를 좋아하는 가을이 누나의 공이 큰 것 같다. 가을이는 세 살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여 지금은 아주 유창하게 책을 읽는다. 여섯 살짜리 누나가 아랫니가 두 개 빠져 바람이 새는 발음으로 책을 읽어 주노라면 두 동생이 옆에 나란히 앉아 책을 들여다 보며 집중해서 듣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스러워서 뿌듯한 미소를 짓게 된다. 겨울이와 새봄이 형제는 책 읽어 주는 사람이 많다. 아빠가 읽어 주기도 하고 엄마가 읽어 주기도 하고 형, 누나들이 읽어 주기도 하니 이거야 말로 대가족의 장점이다. 서로 돕고 사랑하며 자라는 우리 다섯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으로 똘똘 뭉친 우리 가족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