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맞이하여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백세시대를 살고 있지만, 교통사고나 불치병 등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고로 내가 백 세까지 살 수 있을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에 비해 사람들의 수명이 늘었다는 것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주변에서 팔십 대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구십 대의 어르신들을 뵙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칠십 대의 어르신들은 이제 더 이상 노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동적이시다. 이전의 칠십 대 노인 하면 떠오르던 고리타분하거나 고집스러운 느낌도 없으시다. 그러다 보니 40대의 나이에도 아직 배우는 단계요, 나이가 많다는 조급함이나 조바심이 들지 않아서 감사하다.
내가 알고 지내는 엄마들은 레스토랑에서 남편 또는 가족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몇몇 특별하다고 느껴졌던 경우들이 있는데, 한 분은 매년 생일 날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한다. 평상시에는 사지 않는 값나가는 보석을 사는 것으로 생일을 기념한다. 그 분의 말씀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기대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게 되고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뭘 원하는지 가장 잘 아는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함으로써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하는데, 초대받은 분들에게 음식 한 접시씩을 해 오도록 하여 파티를 한다.
내 경우는 가족과 평범한 생일을 보내는 편이고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을 위한 생일인 것 같다. 이번 내 생일에도 평상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음식을 준비하고 베이스는 감자, 위는 고구마로 이단 케이크를 만들어 옥수수로 장식했다. 늘 그렇듯이 주인공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생일카드와 그림들을 건네 주었다. 애들아, 엄마한테는 너희들이 선물이야. 정말 고마워. 엄마를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카드와 선물을 준비한 큰 애들의 고마운 마음과 항상 나에 대한 배려심이 큰 남편의 축하메시지와 선물도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꼬맹이들 낮잠 자는 시간에 남편과 가끔씩 데이트 삼아 가는 맥 카페에 갔다. 카푸치노 한 잔 마시면서 늘 하던 식으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자주 가는 집 앞 공원을 왜 이렇게 느리냐 내 생일이니까 내 속도에 맞춰라 하면서 한 바퀴 도는 동안 썰렁한 유머를 던지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다. 평소에도 남편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적인 여유,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활력소가 되어 주는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낮잠 자고 일어난 아이들이 엄마~ 소리지르며 뛰어와서 엉기며 기쁨 한 바가지 끼얹어 준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때가 되어 밥을 해 먹이고 아이들을 재웠다. 식탁에 앉아 생각하니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행복한 생일날이었다. 40대에도 꼬맹이들과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어서 복되고, 속이 깊어져 가는 큰 아들 큰 딸이 있어서 든든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 곁에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하는 홈스쿨링이라는 교육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뉴질랜드에 사는 것이 감사하다. 또 이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40대라는 나이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