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주, 가난한 날의 오후
외로운 사람은
한쪽 가슴이 찢어져서 기우뚱하다
창문 틈으로
볕이 부르면 들풀이라도 되어
잎 돌돌 말려
점. 점. 점
타들어가
언덕에 뿌리 채 눕고 싶었다
길을 걷는 동안
가장 가깝게 있고도
먼 풍경이 된 나무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파리 틈, 사이사이로
태양이 침엽수에 찔려 우수수 쏟아진다
흔들리며 피는 송화(松花)
땅에 닿지 못한 꽃가루가
빈 하늘에 샛노란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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