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우리 홈스쿨의 규칙들 몇 가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처음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에는 일시적, 단기적으로 생각하였고, 더욱이 칼리지 과정까지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가족이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해 온 원칙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 세 명이였던 아이들은 다섯 명이 되었고, 학교를 집으로 가져온 형태의 교육방법도 우리만의 독특한 교육형태로 바뀌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어린 동생들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필요에 따라 생활패턴도 조절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생겨나고 정리된 원칙들과 규칙들이 우리 홈스쿨의 개성을 갖게 하고 안정감을 갖게 한 것 같다. 지난 호에서의 원칙들은 신앙 중심의 생활, 권위에 대한 존중, 집안일에 대한 분담이었고, 이번 호에서도 세 가지를 나누려고 한다.
4. 가정을 우선시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활동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이웃과 교제하는 일 등을 통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가정 안에서의 의무와 책임을 우선으로 하고, 가정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에 앞서 우리 가정을 먼저 돌보고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 이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가정이 건강하지 못하고 화목하지 못하여서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근심과 염려를 끼치게 되고 사회의 짐이 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지만, 가정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통해 건전하게 자라난 자녀들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과 생산력은 많은 사람들을 유익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우리 가정을 잘 지키고 우리 자녀들을 잘 양육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믿는다. 각 가족 단위들이 잘 기능한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가 한층 더 밝아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5. 형제 관계에서 월권하지 않는다.
우리의 다섯 자녀들은 곧 만 열 여섯 살이 되는 큰 아이와 만 세 살 가까이 된 다섯째가 열 세 살 차이가 나고 중간에 둘째부터 넷째까지 열 세 살, 여섯 살, 다섯 살의 연령분포를 가지고 있다. 힘으로 보나 사이즈로 보나 큰 형과 큰 누나가 어린 동생들을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지만, 동생들이 잘못 할 경우 직접 혼내지 못하게 한다. 훈육은 부모의 몫이므로, 형이나 누나가 월권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원칙이다. 동생들이 잘못할 경우에는 부모에게 보고하게 한다. 자신의 권위가 아닌 부모의 권위를 사용하므로, 형제들간의 관계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돕고자 함이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은 형제간의 우애가 좋다. 홈스쿨링의 특성상 자녀들끼리 있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부모와 함께 보내므로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것 같다.
6. 모든 결정을 가족이 함께 한다.
우리 가정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할 때 항상 가족이 함께 대화하고 함께 결정하려고 한다. 가장의 권위로 임의대로 결정하거나 부모의 권위로 자녀들의 의사를 들어보지 않고 강압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물론 자녀들이 인생 경험이 적어서 부모의 의사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 수준에서 최대한 설명해주고 이해시켜 주려고 한다. 또 가장의 권위를 존중하여 특별히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면 남편이 하는 일을 따라가려고 하지만, 남편도 내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편이다. 그렇게 함께 가족이 결정해서 하다 보면, 처음에는 일의 진행이 느린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 지고 빨라진다. 그리고, 함께 한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일의 효과도 높고, 일이 잘못 되더라도 책임이 분산되므로 크게 낙심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더 많은 규칙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나누었다. 홈스쿨링을 잘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규칙들이 우리 가정을 더욱 튼튼하고 성숙해 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그리고, 건강한 가족 관계를 통해 홈스쿨링의 효과를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고 더 노력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씨를 뿌리고 싹이 나고 자라는 과정을 거쳐가고 있는 농부로서 추수의 날을 소망하며 부지런히 농사짓는 즐거움이 있음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