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좀 나왔지만 아직 몸무게는 정상이야." "땀 좀 빼고 윗몸일으키기 좀 하면 배야 쏙 들어가지." "나이가 들면 배가 좀 나오는 게 정상이야." 당신의 앙증맞은 뱃살에 위로를 보내는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배 안 쪽 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생각한다면, 이런 위안은 그저 '배짱' 일 뿐이다. 비만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형태, 바로 복부비만이다. 이제 당신의 내장 속 진실을 맞닥뜨릴 마음의 준비를 하라. ◆ 중년남성을 위협하는 '내장비만' 40대 중반 김차승 씨. 친구들로부터 '난민 수준'이란 말을 들을 만큼 말랐던 그다. 비만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40대 들어 살이 좀 붙었지만 몸무게는 아직 '정상' 수준인지라 큰 걱정이 없었다. 주변에서도 '얼굴 좋네'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그들은 헐렁한 와이셔츠 아래 가려진 진실을 알지 못한다. 사과형 몸매, 올챙이 배로 흔히 표현되는 중년남성의 몸매는 잦은 회식과 음주, 스트레스, 흡연, 운동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몸의 다른 부위보다 유독 배만 볼록한 경우 복부비만, 즉 내장비만을 가장 먼저 의심해 봐야 한다. 가임기 여성들이 허벅지나 엉덩이, 아랫배에 지방이 몰리는 하체비만인데 비해, 중년남성은 윗배부터 살이 찐다. 폐경기 이후 여성의 경우 호르몬이 변하면서 허벅지나 엉덩이는 가늘어지고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내장비만이다. 내장비만으로 배가 나온다는 것은 창자 사이로 기름기가 쌓이는 것을 의미한다. 축적된 내장 지방에서 떨어져 나온 지방산이 혈액을 따라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고지혈증을 일으키고 인슐린 활동도 방해한다. 당뇨가 올 수 있다는 뜻이며 고지혈증과 당뇨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가장 중대한 원인이다. 자신의 키에 따른 몸무게가 정상인데, 바지 사이즈는 다소 크게 입어야 한다면 내장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도 내장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 몸무게 정상이라고 모두 '정상'은 아니다. 단순히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100kg에 육박하는 씨름선수들은 뚱뚱하더라도 대부분 피하지방이 많을 뿐 내장지방은 거의 없다. 내장지방을 진단하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일단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이에 해당된다고 본다. 강재헌 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는 "같은 허리둘레라고 해도 배가 물렁한 사람보다 딱딱한 사람이 더 지방이 많다"며 "인형 속을 솜으로 채울 때를 생각해보면 솜을 많이 넣을수록 딱딱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특별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배가 딱딱하다면 근육이 생겼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강 교수는 "내장비만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미용상의 문제만 일으키는 하체비만에 비해 내장비만은 몸에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비만을 예방하는 원칙은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소모하는 칼로리를 더 크게 해야 한다는 것. 먹는 것을 조절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는 해야 된다는 의미다. 야식의 대명사인 라면 한 그릇의 열량인 500kcal을 소비하려면 걷기는 2시간, 달리기는 1시간을 해야 한다. 다이어트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다. 지방을 저장하려는 본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해서 다이어트를 시도하면 수분과 근육만 빠질 뿐 지방은 제대로 빼지 못해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실망하고 다이어트를 중단하면 지방이 더 많이 붙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은 "채식, 소식, 운동 등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비만 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비만을 단순히 생활습관 개선으로만 해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식욕조절 호르몬인 렙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등의 호르몬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따른 식이ㆍ운동요법을 적절히 병행할 때 복부비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