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집 일자리 구하는 게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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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010. 14:03
하얀연필 (202.♡.103.234)
안녕하세요.
26살의 워킹홀리 남학생입니다.
사회생활 하기 전 경험 한 번 쌓아보자고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 후 이번 년도 5월 말에 뉴질랜드로 날아왔습니다.
그 후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9불도 안 되는 워크워스 지역 아시아인 부려먹던 농장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오후 늦게까지 꼬박 3개월을 일했습니다.
일을 옮길 수도, 그만 둘 수도 있었는데
정말 한국에서 90만원만 들고 뉴질랜드 온 터라
돈이 바닥나 돈 때문에 이 악 물고 정말 열심히 일했었죠.
만다린 피킹하고 프루닝도 하고,,,
실은 그때 아이알디 번호 신청 처리를 아이알디 센터에서 잘못 처리해가지고
주급을 한 달 넘어서 몰아서 받을 수 있었던 까닭에
차비도 없어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때 숙소비도 밀려서 겨우 겨우 땜빵해서 냈거든요...
겨울이라 일이 없기도 했었구요.
농장에서 3개월 일한 후
한국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목장에서 소 젖 짜는 일이라
테와무투로 내려가 목장에서 새벽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또 꼬박 한 달을 일했습니다.
그 후 타우랑가에 와서는 키위 공장에서 한 달 간 박스도 나르고 키위 패킹도 했구요.
농장, 목장, 공장, 다 돌아다니면서 고생하던 가운데,
제 한계도 느낄 수 있었고,
저 자신 또한 낮출 수 있었던 터라
인생 경험하나는 제대로 쌓고 있다는 생각에 일은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했습니다.
외국 친구들도 저한테는
너는 다른 한국 사람과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마인드로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리가 배우고 싶더군요.
백팩커에서 외국 애들한테 한국 요리도 해주면서
다른 나라 요리를 얻어먹곤 했는데,
너무 맛좋은 요리가 의외로 많아서 요리법을 하나 둘 씩 배우기 시작하다 보니까
문득 요리를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2주일 전이었습니다.
키위 시즌이 끝나서 키위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며칠 타우랑가에서 좀 쉬다가
마침내 차에다가 제 짐을 모두 싣고 이력서 20장을 뽑은 후
이곳 저곳 도시로 스시집을 찾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왠만한 한국 요리는 다 만들 줄 아는 터라
일본 요리인 스시가 배우고 싶더라구요.
일본 요리인 오야꼬 우동 같은 건 쉽게 만들 수 있는 터라
당시는 차라리 일본 요리를 좀 더 배워두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 후 이력서를 들고 타우랑가, 마운트 망가누이, 헤밀톤, 로토루아,,,
모든 스시집을 다 돌았습니다.
20군대 넘게 이력서를 다 드렸는데,
어느 분 하나 연락이 없네요...
몇 몇 연락 주셨던 분들은 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안 뽑고,
저는 비자 만료 기간 때문에 6개월 밖에 일 할 수 없는 터라
또 안 된다고 하시고...
제가 경험도 없고 오래 일 할 수도 없지만
정말 누구보다도 잘 배우고 잘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속 구직하면서 기다리자고 생각했죠.
그러다 4일 전,
테아무투 지역의 스시집에서 연락이 오길레 가서 면접을 봤습니다.
멀리서 마음 먹고 온 거고,
저 또한 스시집에서 배우자는 생각으로 일하려던 거라서 잘 말씀드렸더니,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내년 4월 말까지 밖에 일을 할 수 (6개월)없고
스시집 경력이 없는데도 절 써주시겠다고 거의 확정적으로 말씀해주시더라구요.
내일 부터 일 나오면 한 번 하는 거 보겠다고...
저는 그 말을 믿고 테와무투에 짐도 다 풀어놨는데,
갑자기 그날 저녁에 저를 채용 못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다음날 가서 물어보니,
학생처럼 에뉴얼 fee를 물어보는 학생은 처음봤다고,
제가 시급에 대해 너무 따졌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남편분에게 제 이야기를 했을 때 NO를 했답니다.
그러면서 다른 식당에 가서 일을 구할 때는
시급 같은 걸 물어보면서 너무 따지지 말고
그냥 일부터 시작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아침 전 헤밀턴으로 내려가 모든 스시집을 다 돌았습니다.
한 군대 파트타임으로 절 고용해주시는 분이 계셨는데,
저는 풀타임으로 구하는 거라서 조금 안 맞을 거 같기도 해서
아직 결정을 못하겠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 시작하더라도
최소한 약속은 했으니 6개월 이상은 일을 해야하는데,
하루에 네 시간 씩 6개월 동안 일하게 되면
경험은 되겠지만, 돈을 모을 수가 없어 생활비 충당이 안 될 것 같더군요.
다른 스시집을 좀 더 돌아다녀야 될 것 같은데,,,
20군대 넘게 이력서를 돌린 지금 과연 스시집 일을 구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돈이 없어서 조금 가진 돈조차 아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차에서 잠을 잔 지도 어언 4일 째 입니다.
머리라도 감고 세수라도 하자고
퍼블릭 화장실이 있는 공원에 가서 주차 후 차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헤밀턴, 테와무투, 로토루아,,,,
어제는 캠브리지의 공원에다 차를 주차해놓고 거기에서 잠을 잤구요...
캠브리지 공원에는 호수가 있던 터라 어제 저녁에는 좀 춥더군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도로에 마크하는 빨간색 고깔모자가
두 개씩 제 차 앞 뒤에 세워져있더군요.
아마 어제 저녁에 캄캄한 밤에 지나가는 차가
제 검은색 차를 밤길에 보지 못하고 칠 까봐 걱정한 누군가가
마음씨 좋게도 제 차 앞뒤에 마크를 해준 것 같습니다.
공원에 주차할 때 제 차 밖에 없었거든요.
아무튼 젊음 하나 믿고 뉴질랜드 와서 고생하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걸 기회가 안 닿아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
제 주변에 스시집에서 일하시는 분 중에는
처음에 뉴질랜드 왔을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시집 찾아가
일을 구직한 후 1년 동안 일하신 분도 계시는데,,,
뉴질랜드와서 제일 구하기 쉬운 일 중 하나가 스시집이라고 하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일 구하는 게 너무 힘들어 지쳐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