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다운 기간 중 임차료 지불에 대한 오클랜드 변호사회(ADLS)의 판단
안녕하십니까? 권태욱 교민 1호 변호사입니다.
많은 교민 사업주들께서 관심을 갖고 계시는, 임차료 납부 관련 건물주와 임차인의 대결 진행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어제 4월 7일 오클랜드 변호사회(Auckland District Law Society)에서 변호사들에게 회람을 돌렸습니다. 그 회람에서 오클랜드 변호사회가 공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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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질랜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lockdown은 ADLS 6th Edition Deef of Lease의 27.5조항에서 언급한 건물 사용 불가에 따른 임차료와 관리비 조정이 적용되는 상황이다. 즉 임차인들은 록다운 기간 중에는 임차료와 관리비의 fair proportion만 납부하면 된다.
6th Edition의 27.5 조 뿐 아니라 그 이전 버전의 27.3을 적용해도 마찬가지고, 쇼핑 몰 등 대형 건물주들이 사설로 작성해서 사용하고 있는 리스에도 이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그런 리스에는 Abatement of Rent 라든가, Partial Destruction 이라는 제목 아래에 해당 조항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부담해야 할 임차료와 관리비는 fair proportion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fair proportio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법원의 판례가 없다.
아직까지 판례가 없는 이유는 이번과 같은 상황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클랜드 변호사회에서는 그 ‘공정한 비율’에 대해서 건물주와 임차인들이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기를 권고한다. (참고-오클랜드 변호사회의 권고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만약 건물주와 임차인이 공정한 비율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는 Deed of Lease에 정해진 바에 따라 Arbitration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Arbitration으로 해결할 상황이 되면 오클랜드 변호사회에서도 그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오클랜드 변호사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많이 이용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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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변호사들이 개인적으로 표명했던 의견을 오클랜드 변호사회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발표해서 권위를 더해줬습니다. 하지만 오클랜드 변호사회의 해석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법률적 구속력을 가지는 해석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에 설명드린 오클랜드 변호사회의 의견서 발표 이후에,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공정한 비율’의 임차료 협상에 나서는 건물주들이 많아졌습니다.
건물주들이 주장하는 공정한 비율의 출발점은 50:50 입니다.
건물주들이 전개하는 논지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지금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임차인 여러분도 어렵겠지만, 그래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느냐? 우리는 아무 보조도 받지 못하는데 은행 이자와 시청에 내는 토지세와, Body Corporate Levy는 하나도 감면해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 사정을 봐서 50%를 감면해주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50% 부담에 합의해 주기 바란다’고 하는게 주류였습니다.
어제 오클랜드 변호사회 의견서 발표 이후로 (그 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다른 논리를 펴는 건물주들이 많아졌습니다.
‘당신이 임차하고 있는 건물에서 장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건물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든지, 그러므로 임차인의 ‘공정한 비율’은 제로 퍼센트(0%)라고 하는 주장은 옳지 않다. 당신은 여전히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당신의 시설과 장비, 그리고 재고 물품들을 임차한 건물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므로 임차료와 관리비를 50%만 내라고 하는 것은 매우 관대한 조치다. 그러니 50% 삭감에 동의해라.’고 하는 것이 새로운 논리입니다.
건물주의 이 새로운 논리에 대해서 임차인은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 반박 논리가 있습니다. 두번 째 것은 개별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사용할 것이고, 지금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임차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여기에 적지 않습니다. 첫번째 반박 논리는 이것입니다.
리스에는 fair proportion of what?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고통 분담의 공정한 비율’인지, 건물주들의 새로운 논리인 ‘창고로 사용하는 면적의 비율’인지, 아니면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는 공간의 비율’인지.
제 입장은 세번째 즉,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는 공간의 비율’로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이것입니다.
임대증서 제27.5조는 제27.1조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따른 임차료와 관리비 지불 책임을 규정한 제27.3조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제27.1조의 사건은 임차한 건물이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파손되었을 때를 말합니다. 이때 건물주는 그 건물의 복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제27.3조는 건물주가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에 임차인이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이용해서 사업을 한다면,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공정한 비율의 임차료와 관리비를 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입니다.
간밤에 태풍이 불어서 건물의 창문이 하나 깨졌고, 그리로 비가 들이쳐서 카페로 사용하고 있던 공간의 3분의 1이 침수가 되었습니다. 그 공간에 고인 물을 퍼내고 유리창을 고치는 데 사흘이 걸리는데, 그 동안에도 침수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카페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하면, 임차인은 한달 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임차한 건물의 3분의 1을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됩니다.
그럴 때 임차인은 그달치 임차료와 관리비에서 (사용하기 못하는 기간의 비율) 10분의 1에 (사용하지 못하는 공간의 비율) 3분의 1을 곱한 금액 만큼에 대해서는 지불할 의무가 없게 된다는 게 그 조항의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임차한 건물에서 비즈니스를 전혀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내야 하는 임차료와 관리비의 공정한 비율이 제로(0)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제 논지입니다.
건물주의 새로운 논리 즉, 임차한 건물의 일부를 창고로 사용하고 있으니 50%를 내라는 것과, 제 반박 논리, 영업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었으므로 영업에 사용되고 있는 부분의 비율은 제로(0%)라고 하는 주장 중 누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위에 말씀드린 대로 결정권을 가진 법원의 판결이 아직 없습니다.
어떤 건물주와 임차인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서 이 안건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그때야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고, 그 이후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들이 기준으로 삼을 근거가 마련되겠지요.
그럼 그런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원의 판결은 언제 나올 것 같은가?
그런 법원의 판결은 앞으로 한참동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DLS Form에서 리스에서 당사자들 간의 분쟁을 민영재판 (Arbitration)으로 해결하도록 규정해놓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중재라고 부르는 민영재판(Arbitration)은 판정 결과를 비공개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덩지가 큰 임대인과 임차인이 민영재판까지 가서 판정을 받아내도, 다른 소규모 건물주나 임차인들은 그 결과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민영재판 결과는 다른 민영재판 결과에 별 영향이 없습니다. 이 민영재판에서는 같은 조건인데 50:50이라고 판정했지만, 다른 민영재판에서는 100:0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민영재판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임차료 분쟁은 배짱 좋은 쪽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대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배짱을 부릴 수 있지요. 밑천이 많으면 포커에서 낮은 패를 갖고도 크게 질러서 상대방이 기권하게 만들지 않습니까? 건물주와 임차인의 관계에서는 대개 임차인이 주머니가 얕은 쪽이고, 배짱을 부리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주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 ‘그래, 그러면 소송할까? 네 변호사비가 더 많이 들걸?’하고 협박을 하는 것입니다. 이미 그런 협박을 받은 교민 임차인 사업주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그분들께 저는 이렇게 답변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한국 교민사회에 약간 이상한 변호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가 이번 건과 관련해서 한국 교민 임차인들이 소송을 당하게되면 무료 변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친구는 소송 경험도 좀 있다. 그래서 나는 변호사비 걱정이 없다. 소송 하겠으면 해라.’
한편으로 임차료 불납과 관련해서 리스 계약 위반 고지를 하겠다고 겁을 주는 건물주도 있습니다. 그건 공갈입니다. 건물주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임차료와 관리비에 대해서 분쟁을 하고 있을 때, 다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임차료를 내지 않은 것을 이유로 건물주가 리스 계약 위반 고지를 할 수 없습니다. 만약 법도 모르고 그런 고지를 하는 건물주가 있으면, 임차인은 그 고지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법원은 그 고지를 취소시킬 뿐 아니라, 임차인의 변호사 비용까지 건물주가 지불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건물주의 부당한 압박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교민 사업주님들께서는 겁먹지 마시고, 당당하게 협상하고 요구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