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온지 10년이 되는, 막 30대가 되는 영주권자 입니다.
혼자서 답을 찾다가 찾다가 너무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올리는 글 입니다.
이민을 먼저 오신 분들께 진심어리고 따끔한 조언 구합니다.
19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나은 삶을 위해서 뉴질랜드에 왔습니다.
초기 심하게 반대하셨던 부모님을 등지고
혼자의 힘으로 어떤 일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고, 영어를 배웠고, 요리학교를 가고,
키위들과 함께 일하고 인정받고, 아이엘츠를 점수를 받고, 26살에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수도 없이 변하고, 계속 허들이 높아지는 이민법에 쫓아가느라 조금씩 쌓이던 심리적인 문제가 영주권을 받고 조금 나아지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27살, 코로나를 계기로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좋은 동영상도 찾아보고, 책을 읽고, 생각을 손으로 써보기도 하고, 다양한 운동을 해보고,
심리상담도 꾸준히 받아보고, 약 처방도 받아 꾸준히 먹어봤습니다.
그렇게 5년을 했는데, 크게 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저 막연히 평화롭고 복지도 좋은 나라에서 살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대부분이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고, 가족이 보고 싶을땐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언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장벽을 느끼지 않고, 나고 자란 고국이 그립다는 생각도 하지 않겠죠.
저를 그리워하는 부모님을 버려두고 나왔다는 죄책감도 들지 않겠구요.
영주권을 받아 진심으로 기뻤지만, 뭔가 이제야 겨우 출발선에 선 느낌입니다.
남들은 튼튼한 두 다리로 달릴때 저는 무릎으로 기어서 악착같이 마라톤을 끝냈더니,
심지어 이번엔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해야합니다.
이미 아무런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고 어깨에 더 많은 마음의 무게를 지고 있는데..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영주권 이후의 삶은 그려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미래가 전혀 그려지지 않습니다.
또, 불과 얼마 전 휴가때 부모님을 뵈었는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휴가 끝에 출국장에서 뉴질랜드 행 비행기를 타는게 두려워, 타기 직전까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부모님 사진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들만 보며 울기만 합니다.
머리로는 분명 뉴질랜드의 삶이 저와 잘 맞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포기하고 한국에 가야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셨을 이민을 먼저 오신 분들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마음 한켠이 얼마나 아리고 힘드셨을지, 그 위로 얼마나 많은 굳은 살이 생겼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네요.
어떤 삶의 의미와 목표로 어떻게 살아가시는지, 어떻게 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면 좋은지 여쭙고 싶습니다.
따뜻한 말씀도, 따끔한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눈물을 대롱대롱 달고 쓰느라 글에 두서가 없습니다 ㅎㅎ
시간 내셔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평안하고 행복 가득 하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