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그 사람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난 건 약 두달 전입니다. 그때 저희 부부는 오클랜드 서쪽에 있는 유니텍(waitakere campus) 안내 센터에서 있었습니다. 벌건 대낮에 아주 상스러운 한국 말소리가 들려서 우리 부부는 고개를 돌려 이 사람을 봤습니다. 우리가 무슨 일이냐고 하니깐 무슨 유니텍 T셔츠가 이렇게 비쌰냐고 하면서 씩씩대면서 사서 입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도둑을 맞아 모든게 다 텰려서 돈이고 옷이고 하나도 없고 오늘 렌트비도 내야하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 큰일이라고 자기가 3일 후에 주급을 받으니 돈이 있으면 좀 빌려 달라고 하더군요 또 더불어 혹시 저희 집에 빈방 있으면 렌트를 할 수 없느냐고도 물었습니다.
그때 저는 뭘릴까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아내도 같은 기분이엇다고 합니다).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저렇게 선뜻 돈을 빌려 달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나 아주 곤경한 처지에 빠쪄있길래 이렇게 부탁을 할까...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그것도 먼 타국에서 안면 싹 돌리고 모르척하기도 그렇고 참 난감했습니다. 안 도와주면 제 자신이 옹졸하고, 동포애도 없는 비굴한 사람인 것같은 마음이 생겨나는데 바로 이런 이런 심리적인 측면을 이용해 먹는 아주 악질적인 놈입니다. 아마 이 놈한테 당하신 분들도 이런 상황에 놓여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좀 그 사람이 좀 이상하게 보인것은 유니텍 학생증을 목걸이로 만들어서 꼭 유니텍 직원인양 목에 차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제 와이프가 그 명찰을 봤을때 유니텍 직원인가 생각했답니다. 저도 이곳에서 좀 살아봤지만 학생증을 목걸이 명찰로 만들어서 직원처럼 차고 다니는 사람 한명도 못 봤습니다. 직원이면 모를까 어느 누가 학생이 학생증을 그렇게 목에 걸고 다닌다고 생각합니까? 제 생각에는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되는 분들에게 자기가 학교 직원인 듯한 암시를 주어 자신의 신분이 그럴듯 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프가 워낙 순간적으로 본 거라 진짜 그 학생증이 그 사람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학생증이라도 진짜라면 지금 유니텍에 재학하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그때 마침 저희가 갑자기 이곳에 오느라 지갑을 안 가지고 있고 FOS만 있다고 하니 그럼 같이 갈테니 현금 인출기에서 돈 좀 빼서 빌려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사람이 처음부터 그렇게 심한 쌍욕을 뱉는 것에서 부터 그럼 아니 맡겨논 돈 받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안내 센터를 당당히 쫓아 나오는데 다소 비위가 상해 좀 안 좋은 표정으로 제 차가 도서관 옆에 차를 주차시켜 났는데 30분에안에 옮겨야 하기 때문에 먼저 차를 옮겨야 한다고 말을 좀 퉁명스럽게 하자 그냥 제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그냥 가더군요.
저희 부부는 그날 기분이 좀 안 좋았습니다. 어찌됐든 그렇게 모두 털리고 중국 집주인 렌트비 독촉하다는 그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클랜드가 넓기도 하지만 좁기도 하나 봅니다. 정말 소설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음날 오후 저희 부부가 아이랑 타카푸나 근방에 있는 중국집에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제가 반대편 길에 주차를 해 놓고 가게에 들어서니 아내가 어제 만난 그 놈이 중국집에서 밥 먹고 나오다 아내와 맞주쳤다고 합니다. 그놈 얼굴이 감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그 놈이 어느 여자분과 아이 한 명과 같이 있었다고 하더군요.(그때 당시는 그 놈 와이프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또 다른 피해자 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참 기분이 그러네요.) 어제 그 난리를 격었던 놈이 어느새 복구가 그렇게 잘 돼서 그렇게 나 다닐 수 있을까, 이 놈이 사기를 치고 다니는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헛 웃음만 날렸습니다.
제가 격었던 남자분이 아래'사람을 찾습니다' 글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글과 대글에 피해를 보신 분들의 정황과 너무 유사하여 저의 경험을 이렇게 올립니다.
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적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같은 한국 사람인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나쁜 사람이구나 하는 심리를 아주 역 이용해 먹는 아주 악질적인 사기꾼에 당하지 마시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좀 삭막해지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 좀 씁쓸함을 뒤로하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