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 북부 말버러(Marlborough) 지방의 한 포도농장에 거대한 헤어드라이어가 등장했다.
블레넘(Blenheim) 바로 외곽의 리버랜즈(Riverlands)에 위치한 트레버 버카트(Trevor Burkhart) 소유의 ‘버카트 에스테이트(Burkhart Estate) 포도원’에는 최근 높이가 5m나 되는 헤어드라이기 모양을 한 열풍 발생기가 설치됐다.
‘히트 레인저스(Heat Rangers)’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서리로 인해 포도밭에 발생하는 냉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내부가 300~600C까지 가열된 후 20헥타르의 포도원에 30~35C의 따뜻한 공기를 내뿜어준다.
이에 앞서 포도원에서는 작년 9월에 일대에 서리가 내리면서 25만달러 상당에 달하는 포도 농사를 망친 후 이 장치를 설치했다.
당시 포도원에서 냉해를 막고자 빌려 투입했던 헬리콥터들은 지상에 공기 역전층(inversion layer)이 없어 제 역할을 하지 못 했으며 포도원에서는 이후 히트 레인저스의 도입을 고려했다.
포도원 주인은 이 장치가 스마트폰으로 작동시키고 웹사이트에서 온도를 점검할 수 있는 등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농장 크기에도 아주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히트 레인저스는 해밀턴의 기술자인 프레드 필립스(Fred Phillips)가 캔터베리 지역의 블랙커런트(blackcurrant) 재배자가 스프링클러식 서리 방지 시스템을 개발해주도록 요청하면서 10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필립스는 역전층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역전층 유무에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장치를 고안하고 지난 6년 동안 성능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새 장치는 일반적인 밤거리 수준의 소음인 250m 떨어진 거리에서 45데시벨 정도로 조용하며 300m가량 거리가 떨어지면 거의 작동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간당 150kg의 천연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며 설치 비용은 15만달러인데, 현재 말버러와 함께 프랑스 등 2곳에 설치돼 있으며 4대를 더 프랑스의 보로도(Bordeaux)로 보내기 위해 제작 중이다.
제작자인 필립스는 사람들이 대부분 새롭고 다른 기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말버러의 기업형 포도원들은 새로운 시도를 꺼리고 또 작은 규모의 포도원들은 이를 감당할 여유가 없어 상황이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