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분기별 방학시간이 오면 많은 아이들은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같은 시기, 많은 학부모들은 한숨을 쉬기 시작한다. 특히 맞벌이 가정, 그중에서도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에게는 ‘아이의 방학’이 곧 ‘육아 대란’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상 출근인데, 아이는 집에 있어요. 누가 아이를 돌봐줘야 하나요?”
오클랜드에 거주 중인 박모씨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그는 방학이 다가올 때마다 근심이 깊어진다.
평소에는 학교가 아이를 돌봐주는 역할을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그 역할은 부모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는, 아이 혼자 집에 두는 것도 불안하고,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결국 방학 때마다 연차를 쪼개 쓰거나, 비용이 비싼 방학 프로그램에 보내야 해요. 매번 스트레스예요.”
방학 돌봄 서비스는 뉴질랜드 각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은 적지 않다. 하루 평균 50-70달러가 들며, 2주간 보내면 최소 500-7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은 그 부담이 배가 된다.
일부 부모들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돌봄 서비스를 포기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뉴질랜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매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인해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특히 방학 기간은 그 전환점이 되곤 한다.
뉴질랜드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에서 일부 보조금이 지원되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사비 부담이 크다. 일부 학교나 교회에서는 저렴한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등록이 빨리 마감되거나 거리상의 제한이 있어 모든 가정이 이용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 양육은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맞벌이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방학은 단순한 쉼의 시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양육 위기가 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보완은 물론, 민간과 지역 사회의 연대도 절실하다. 방학 기간 동안 운영되는 저렴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의 확대, 유연 근무제도의 확산, 그리고 부모들이 서로 돌봄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
방학을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