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주민 조상의 유해가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이들 유해는 채텀 제도에 살던 ‘모리오리(Moriori)’의 조상 유해로 지난 2022년 호주국립대학이 반환한 이후 그동안 캔버라에 있는 호주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다.
유해는 원래 호주 해부학연구소의 소장품 중 일부였는데, 그동안 호주국립박물관과 뉴질랜드 국립박물관인 ‘테 파파 통가레와’, 그리고 모리오리 지역사회의 2년 간에 걸친 협력으로 귀환이 이뤄졌다.
테 파파는 원주민 조상의 유해를 뉴질랜드로 반환하는 ‘카랑가 아오테아로아 송환 프로그램(Karanga Aotearoa Repatriation Programme)’을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송환 작업은 모리오리족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우리는 동일한 목적과 비전을 갖고 단결해 유해를 고향으로 데려오기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에 있는 모든 마오리와 모리오리 조상을 본국으로 데려오려는 목표를 위해 송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존중과 인정, 문화적 회복의 중요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유해는 박물관이 소장 중인 약 512개의 유해와 함께 테 파파의 ‘wahi tchap(신성한 보관소)에 보관되며, 채텀 제도로 돌아갈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할 때까지 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사람과 땅, 바다와의 재연결을 통해 조상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치유의 과정이며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면서, 다음 여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록에 따르면 1800년대 후반부터 채텀섬에서는 약 550개의 모리오리족 유골이 발견됐는데, 모리오리족은 1800년대에 마오리의 침입으로 학살을 겪은 바 있다.
<모리오리족은?>
모리오리족은 뉴질랜드 본섬이 아닌 채텀 제도에서 살았던 폴리네시아계 원주민으로 흔히 마오리와 혼동하지만 독립적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별개의 민족이었다.
이들은 약 1500년경 북섬에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학자는 별도 이주 집단이라고 보는데, 이들은 채텀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독자적인 생활 방식을 발전시켰다.
또한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누누쿠의 법(Nunuku’s Law)’을 따랐으며 이는 부족 간 전쟁을 금지하는 전통으로 제도 내에서 폭력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했다.
언어는 모리오리어로 마오리어와 유사하지만 별개의 언어로 간주하며 현재는 거의 소멸한 상태이다.
한편, 1835년 티카오(Tikāo)를 포함한 마오리가 유럽인 도움을 받아 무장한 채 채텀 제도로 이주하자 평화를 중요시한 모리오리족은 저항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학살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했다.
1840년대부터 유럽 정착민과 뉴질랜드 정부가 개입했지만 이미 모리오리족 인구는 급감한 상태였다.
20세기 후반부터 모리오리 후손은 문화 부흥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는데, 소멸 위기에 처했던 모리오리어를 부활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1990년대 정부는 모리오리족을 독립된 민족으로 공식 인정했다.
또한 2020년, 정부는 모리오리족과 조약(Settlement Agreement)을 체결하고 역사적 피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보상했는데, 2021년 기준으로 약 800~1,000명이 모리오리족 혈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