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득실거리는 집에 아이들 방치했다 법정에 선 엄마

0 개 1,621 14/12/2015. 17:26 서현 (222.♡.175.212) 뉴질랜드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불결한 환경에 어린 아이들을 놓아두었다가 실형을 선고 받을 위기에 처한 엄마에게 담당 판사가 선처를 베풀었다.

20대의 한 엄마가 당시 3세와 4세인 두 아이들을 데리고 살던 오클랜드의 비치 헤븐(Beach Haven)의 한 주택을 방문했던 경찰관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방 바닥에 수십 개의 지저분한 기저귀가 흩어져 있고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그 속을 기어 다녔기 때문.

게다가 전구도 하나만 달랑 작동하던 집 안에서는 별다른 음식도 없는 가운데 여러 개 접시 위에서는 음식들이 썩어서 악취가 진동했고 일부에는 구더기가 들끓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불결한 상태였다.

아이들 엄마는 밤중에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너무도 바빠 집 안이 엉망인 줄 알면서도 치우지 못했다고 경찰관들에게 해명했는데 뜻밖에도 법정에서 밝혀진 그녀의 직업은 청소부였다.

결국 그녀는 자녀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부모로서의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됐으며 스스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런데 12월 14일(월) 노스쇼어 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형량 선고 재판에서 판사는 그녀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고 석방(discharge without conviction)했는데 그것은 그녀가 현재 처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내려진 판결이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통가계로 알려진 그녀 남편은 이번 사고 전 한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 뉴질랜드 당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아 통가로 출국했으며, 그녀만 남아서 일을 하면서 적은 수당으로 아이들을 돌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는 데다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부모 역할에 대한 관련 교육을 모두 마친 상태인데, 그녀가 재판을 받게 되는 바람에 아이들은 이미 통가의 아빠에게 보내진 상태이다.

담당 판사는 세상 어느 부모나 그렇듯 그녀가 아이들을 진정 보고 싶어하고 아이들 역시 그럴 거라면서, 피고인의 엄마가 통가 출신이기 때문에 그녀가 통가 시민권을 취득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유죄 선고를 받으면 자신이 아는 이민법 제도 상 한 그녀가 아이들을 보러 갈 수 없게 된다며 유죄 선고 없이 석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법정 바깥에서는 피고인을 응원하고자 많은 친인척들이 모여 있다가 판사의 선고를 전해 들은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자료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