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큰 부상을 당했던 20대 남성이 응급실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가 나중에서야 뇌수술을 받고 겨우 목숨을 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리암 클라이즈데일(Liam Clydesdale, 20)이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은 지난 5월 9일 새벽 2시 30분경 크라이스트처치의 리카톤(Riccarton) 로드.
당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한 친구의 집으로 걸어가던 그는 누군가가 던진 도로공사를 할 때 사용되는 이른바
‘로드 콘(road cone)’에 맞아 땅바닥에 넘어졌고
이마에서는 꽤 많은 피가 흘렀다.
친구 집에서 그날 밤을 보내는 동안 환각 속에 구토에 시달렸던 그가 테니스 공만큼 이마가 부풀어 오른 채 아침에
귀가하자 놀란 부모는 그를 크라이스트처치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는데, 문제는 당시 그를 진료했던 의사가
진통제(panadol)와 뇌진탕 발생 시 증상 안내문만 달랑 줘서 집으로 돌려 보낸 것.
당시 친척을 만나러 가족 모두 외국에 갈 예정이었던 가운데 다시 머리가 부풀어 오르자 직장 동료는 그에게 병원에
가 볼 것을 권유했고, 이에 6월 16일에 찾아갔던 GP는 즉시 X-Ray
촬영을 하도록 했는데 결국 두개골에 큰 파열이 있는 게 발견돼 23일에 긴급히 수술까지
받게 됐다.
수술을 받은 날은 그의 가족이 유럽으로 떠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만약
그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비행기를 탔더라면 혈종이 터져서 심한 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 의사는 전했다.
클라이즈데일은 현재 티타늄 판 3개를 머리에 박고 있으며 이 판들은
평생 함께 해야 되는데, 캔터베리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그는 앞으로 6개월 간 육체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가족들은 최초 응급실에서 부실했던 진단과 처방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크게 불만을 나타냈는데, 지역보건위원회는 사건 이후 서한을 보내 최초 응급실 방문 시 두개골 파열이 적절하게 진단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그러나 위원회 관계자는 당사자와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의식을 잃지 않은 환자에게 CT 촬영을 하는 경우는 통상적인 경우가
아니라면서, 자신은 당시 응급실 의료진이 부상 사유를 듣고 적절하게 대처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클라이즈데일의 엄마는, 우리는 사과 편지를 받기 원하는
게 아니며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병원과 보건위원회 측의 조치에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