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카페가 메뉴용 잡지에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지진복구부 장관의 반 누드 종이인형을 등장시켜 화제가 된 가운데 이를 놓고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문제가 된 곳은 시내 중심가인 하이(High) 스트리트에 있는 ‘C1 Espresso’.
카페 측은 7월 22일(수) 공개된 24쪽의 카페
메뉴용 잡지 중 한 페이지에, 아래 속옷만 걸친 브라운리 장관의 인형에 디즈니 왕자, 우주비행사, 조종사,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Darth
Vader)와 같은 종이 옷을 손님들이 골라 잘라내 입힐 수 있도록 꾸며놓은 이른바 ‘dress-up
menu’를 등장시켰다.
이처럼 어린 아이들이 흔히 놀이용으로 쓰는 종이인형의 대상으로 브라운리 장관이 카페 메뉴에 등장하게 된 데는, 지지부진한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의 지진 재건작업에 대한 불만이 배경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카페 측 처사에 대해 사람들 반응은 제 각각인데, 노동당의
루스 다이슨(Ruth Dyson) 지진복구 담당 의원은 사람마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카페 측의 행동이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때 집권 국민당의 부대표이기도 했던 제리 브라운리 장관은 크라이스트처치의 서부의 아일람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기도
하며, 노동당의 다이슨 의원은 같은 크라이스트처치의 남부인 포트 힐스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다.
반면 복구 작업과 관련된 한 단체의 관계자는, 이번 카페의 메뉴 잡지는
느려터진 복구작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점증하는 실망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닌 유머일 뿐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현지 지역신문인 프레스지가 실시한 초보적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는 공격적(offensive)인 나쁜 행위로 본 반면 40% 정도는 별 해를 끼치지 않은 그저 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 카페에서는 2013년 12월에도
브라운리 장관의 얼굴 모습이 담겨진 앞면을 양 옆으로 펼치면 두 쪽으로 나뉘어지면서 가운데에는 마치 도마뱀을 닮은 5개 눈을 가진 괴물 모습이 이어져 나오는 메뉴판을 만든 적도 있다.
또한 이보다 한달 전에는 카페 인근 벤치 2개에 브라운리 장관과 토니
메리얏 당시 크라이스트처치 시 대표를 조롱하는 동판이 출현해 시청직원들이 제거하는 소동도 있었는데, 동판에는
이 벤치를 크라이스트처치와 그 안에 사는 시민들을 싫어하는 브라운리 장관과 메리얏 대표를 추모해 바친다고 적어 마치 두 사람을 고인이 된 것처럼
묘사했었다.
카페 대표는 이번 메뉴 잡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놀랐다면서, 24쪽으로
만들어진 잡지 속에는 얼마 전 카페 여종업원의 뒷머리(ponytail)를 잡아당긴 일로 문제가 됐던
존 키 총리에 대한 것도 있다며 브라운리 장관의 것도 그저 하나의 ‘풍자(satire)’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카페의 메뉴 잡지는 2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데 다음 메뉴에는 놀라운
것이 더 있을 거라고 카페 대표가 말한 가운데 브라운리 장관 측은 이번 메뉴에 대한 언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