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온 지 이제 막 두 달째를 넘긴 지금, 생각지도 못한 경험들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가끔은 이게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지만 오늘은 내 뉴질랜드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독도 알리기 모임’ 이야기를 하면서 겪은 조금 더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 12월 6일, 오클랜드 북쪽에 위치한 헬렌스빌이라는 지역에서 산타 퍼레이드가 열렸다. 오클랜드에서는 지역마다 각자 산타 퍼레이드가 열린다. 그 중에 가장 큰 퍼레이드가 퀸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파머스 산타 퍼레이드’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퀸스트리트에서 독도와 한국을 알리기 위한 퍼레이드를 진행했고, 이어서 토요일에는 헬렌스빌 산타 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됐다.
시티에서 북쪽으로 약 50km 정도를 달려서 헬렌스빌에 도착했다. 아기자기한 그림 같은 동네가 보자마자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늘 시티에만 있어서, 외곽 지역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감탄사를 연발하기 일쑤였던 나라, 평소 오기 힘들었던 지역의 첫 번째 방문이 더할 나위 없이 설렜다. 도로 곳곳에 산타 모자를 쓴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산타 퍼레이드 분위기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이어 한국문화원의 백원장님을 만나서 한복과 북, 태극기와 전통 부채를 넘겨 받았다. 지난 독도의 날에도 한복을 입으며 생각했지만, 한복은 정말 신기한 힘이 있다. 입자 마자 어깨가 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가진 옷이니까. 시작 전에는 혹시나 실수라도 할까 싶어 마음을 졸였지만, 막상 퍼레이드가 시작하자 신이 나서 걱정 따위는 잊어버렸다. 장구와 북소리를 들으며 나름대로 리듬도 타고, 어깨춤도 추고 관람객들에게 인사도 건넸다. ‘Hi’, ‘Hello’,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짧은 말이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해마다 1000명이 넘는 워킹 홀리데이가 뉴질랜드에 들어 온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뉴질랜드 생활을 즐기고 있을 테지만 나만큼 한국으로 돌아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개개인으로서의 인간이기 이전에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다른 문화와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 안에서 대한민국과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두 번의 산타 퍼레이드를 통해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곧 다가올 내 인생 첫 번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산타 퍼레이드를 추억해 본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남 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