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립고등학교인 타카푸나그래머스쿨(takapuna grammar school) 에서 공부하고 있는 year9 여학생이다. 2년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질랜드에 왔다. 생애 처음으로 외국에 와서 낯설고 생소한 것들이 많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뉴질랜드 교육방식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업방식은 보통 교과서를 중심으로 진도를 나가며 교사들이 칠판에 설명을 해주고, 교과서의 문제나 교사들이 나누어 주시는 학습지를 푸는 것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사회나 과학 등의 암기과목은 노트에 정리하거나 중요한 것을 표시하여 암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 또한 수업시간에 노트 필기하느라 바빴고 항상 암기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외우는 것이 대부분이였다. 그에 비해 뉴질랜드의 수업방식은 교과서보다 노트에 포커스를 맞춘다. 교사가 설명해주는 내용이나 비디오, 또는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이 직접 검색을 해서 노트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질랜드의 문제들은 주로 공식을 외우거나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각을 하게 하는 문제들이 많으며 개인활동 보다는 그룹활동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책상배치도 차이가 있다. 지난 사회수업시간에 우리는 종이에 수많은 원두 그림을 그려야 했다. 이유도 모르고 우리는 작은 원두를 수십, 수백 개까지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원두를 모두 그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그 원두를 하나 하나 오려보라고 했다. 많이 그린 아이들은 정말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힘들게 원두를 모두 오리고 나서 우리가 공정무역에 대해 간접 체험을 했다는 것을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뉴질랜드 학교가 한국의 학교와 크게 다른 또 한 가지는 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러시아인, 스페인 등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키위 학생들과 어우러져 생활을 한다. 매 년 학교에서는 인터내셔널 문화 행사를 열어 아이들의 전통의상과 전통음식을 나누며 화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세계사를 공부할 때는 그야말로 세계의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서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흐름을 보았다면 지금의 나는 글로벌 마인드로 세계를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수업시간은 보통 40분~60분정도 공부를 하고 10분씩 쉬는 시간을 가진다. 교실에서는 자신만의 사물함을 갖게 되고 그곳에 교과서, 공책 그리고 미술 도구 등을 보관하며 매일 공부 하는 과목의 수가 달라서 하교시간이 요일에 따라 다르다. 크게 다른 것은 각 과목 교사들이 직접 교실을 찾아 가는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내가 직접 시간표에 맞는 교실을 찾아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커리큘럼은 2시간정도를 공부하고 20분의 interval이라는 쉬는 시간을 갖고 또 2시간을 공부하고 점심시간을 가진 뒤에 1시간 공부를 하고 3시에 학교가 끝난다. 뉴질랜드는 영국의 교육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 모닝 티 타임, 애프터 눈 티 타임이 있는 학교도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시험방식이나 채점 기준 또한 차이가 많다. 한국은 시험날이 정해져 있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예체능 등 과목별로 시험을 본다. 점수는 100점 만점이며 1문제당 약 4~6점정도 매겨진 뒤 과목별로 점수를 합산하여 평균을 구한다. 반면 뉴질랜드는 과목별로 시험날이 다르다. 뉴질랜드의 채점방식은 Achive, Merit 그리고 Excellent 가 있는데, Achive(어치브)는 통과, Merit(메릿)은 잘함 그리고 Excellent(엑셀런트)는 매우 잘함이라는 뜻이다. 시험문제는 보통 단답형보다는 서술형의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Achive, Merit , Excellent 의 수를 새어 등급이 정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3개의 등급 중 가장 많이 있는 등급이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니라 평가기준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예를 들어 평가기준이 Excellent가 2개인 시험이 있으면, Achive 나 Merit의 수가 Excellent의 수보다 많아도 Excellent 2개만 있으면 엑셀런트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암기 위주로 공부하다 보면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잊어버리는 과목들이 많았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서술형의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과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적어 나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세계사 문제는 ‘루이 16세의 죽음이 뉴질랜드 사회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써라.’는 에세이 형식의 문제가 출제된다. 한국에서 공부했다면 연도 별로 역사의 순서를 암기해서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프랑스 혁명이 현대 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을 다루는 문제였다.
처음 뉴질랜드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는 이러한 수업방식이 다소 유치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친구들과 체험하고 직접 만들고 찾아 가는 수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유치원에서 받았던 교육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수업방식의 장점들이 뉴질랜드를 교육의 선진국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수업에 능동적으로 임하게 되어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토론하며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사회성도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경쟁적으로 공부하느라 다른 친구들을 많이 의식하며 학교생활을 했지만 이 곳에서는 어울려 공부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
노유진 학생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