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후반에 만났지만 세계대전으로 소식이 끊겼던 애인을 70년 후 재회, 결혼까지 이룬 한 할아버지가 결혼 10개월 만에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에 잠겨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올해 90살인 봅 험프리스 할아버지가 버니 블루엣 할머니를 연인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이들은 어린 아이였을 때 런던 출신인 봅 할아버지 가족이 노스 데본에 있는 블루엣 할머니의 동네로 휴가를 가면서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후 10대 후반에 여러 차례 데이트를 즐겼던 두 사람은 봅 할아버지가 2차 대전에 육군에 징집당한 후 전장에서 2년여에 걸쳐 편지를 보냈는데도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끊어졌는데, 두 사람 모두 모르는 상태에서 이 편지들은 블루엣
할머니 부모가 그녀에게 전달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블루엣 할머니는 간호사로 공군에 곧바로 합류했으며 그곳에서 만난 키위 출신 공군 조종사와 결혼한 후 크라이스트처치에
정착해 살고 있었는데 남편은 12년 전에 작고한 상태였다.
수십 년 동안 남남이 되어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던 두 사람의 만남은 블루엣 할머니의 딸인 로빈이 이들을 다시
만나게 해줌으로써 성사됐는데, 다시 만난 이후 블루엣 할머니는 작년에 영국으로 갔다.
그녀는 이달 초 영국 소메셋에 있는 병원에서 향년 88세 나이로 심장병으로
사망했으며, 죽기 직전 새 남편의 90세 생일을 치르면서
봅 할아버지가 얼마나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는지 이야기하는 등 늦게 재회한 사랑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였었다.
다른 사람과 결혼했던 봅 할아버지 역시 2012년 아내와 사별했는데
이후 평생토록 잊지 못하던 사람을 다시 만나 작년에 결혼했지만 불과 10개월 만에 새 아내가 의식을
잃은 채 자리에 눕자 아내의 병원 침대 곁을 떠나기를 거절하고 그녀를 지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커플이 결혼식을 치렀던 세인트 존 침례교회에서 16일 아침에
열린 장례식에서 고인에게는 결혼식에 입었던 청색 드레스가 입혀졌으며, 역시 결혼식에서 낭독됐던 고린도서
성경 구절이 다시 읽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례식에는 각각 크라이스트처치와 시드니 그리고 영국의 그래암에 살고 있는 블루엣 할머니의 세 자녀가 참석했으며, 작년에 이들의 결혼식을 집전하기도 했던 도리스 고다드 침례교 목사가 이번 장례식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