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애호가인 한 중년 여성이 깊이가 10m나 되는 싱크홀(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가 큰 부상도 없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사건은 2월 6일(목) 와이탕기 데이에 넬슨 인근의 타카카 힐(Takaka Hill)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구덩이로 추락한 이는 간호사인 질 클랜든(Jill Clendon, 44) 씨로 그녀는 넬슨 오리엔티어링 클럽의 회장이다.
당일 그녀는 한 동료와 함께 나루아 동굴(Ngarua Caves) 지역에서 행사를 위한 코스를 사전 점검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입구가 아주 조그만 싱크홀(Sinkhole)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는데 석회암 지형이 발달한 이 지역에는 여기저기에 현지어로 토모(Tomo)라고 불리는 싱크홀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 5m 가량은 수직으로 추락한 후 한차례 절벽의 턱에 걸렸다가 곧바로 급경사의 사면을 3~4m 가량 굴러내려간 뒤 1m쯤을 더 떨어진 후에야 바닥에 닿았다.
지면에서 10m 가량 내려간 싱크홀 바닥에는 톱니 같은 날카로운 바위들이 있었는데 그녀는 추락 과정에서 어딘가 머리를 세게 부딪히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무릅 등에 쓸리고 베이는 자질구레한 상처만 입고 정신도 잃지 않은 채 무사했다.
깜깜한 바닥에서 정신을 추스르기 시작한 그녀는 갖고 있던 헤드 랜턴을 켜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바닥에는 소와 양의 해골이 놓려 있는 오싹한 풍경이 펼쳐졌고, 메뚜기 종류인 동굴 웨타가 그녀 주변에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그 때 앞서가던 동료는 그녀가 보이지 않자 사고가 났음을 직감하고 그녀를 찾기 시작했으며 고함 소리를 듣고나서 그녀가 싱크 홀에 빠졌음을 확인했다.
다행히 클랜든은 자신과 함께 굴러 떨어진 구급상자를 발견하고 상처를 치료 한 후 가지고 있던 위치추적기인 비콘을 작동시켜 자신의 조난 사실을 구조대에 알렸는데, 야외활동 전문가인 그녀는 구급약품과 비콘 외에도 추위에 대비한 비상용 담요를 휴대하고 있어 추위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명으로 구성된 전문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해 그녀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추락 후 모두 4시간이 걸렸는데 한 구조대 관계자는 동굴이나 싱크홀이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이 지역에서 그녀가 혼자 행동하지 않았고 비콘도 가지고 있었던 게 다행이었지만, 그럼에도 10m나 되는 추락에도 크게 다치지 않은 건 정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 역시 자신이 그 당시 정말 머리를 세게 부딪혔고 구조 후에 몸 여기 저기에서 새로운 상처들도 발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큰 탈 없이 살아나게 된 행운은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는 하나님만 아실 거라고 말했다.
토모(싱크홀)은 석회암으로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특히 나무나 관목 뿌리 부근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타카카 힐 지역과 같은 곳에서는 지도 상에 미리 표기가 안 된 싱크홀도 많아 야외활동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