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번지점프 창시자로 유명한 AJ 해켓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 신세가 됐다.
해켓은 최근 자택이 있는 북섬 호크스 베이 인근 와이파와에서 몰고 가던 토요타 승용차가 다른 차와 부딪히면서 두 발목이 모두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는데, 당시 같이 타고 있던 부인과 자녀들은 별다른 부상 없이 무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아만다는, 사고 당시 승용차 한대가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해켓이 달리던 차선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바람에 해켓이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두 차가 충돌했다고 사고 경위를 밝혔다.
해켓은 충돌을 피하려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으나 국도 옆으로 둑이 나타나자 이를 재차 피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트럭이 다가오자 할 수 없이 차량들 사이에 좁은 틈새를 만들어 빠져나가려 했다.
결국 해켓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서로 스치듯이 충돌하며 지나가기는 했으나 가까스로 정면충돌만은 면했는데, 사고 후 촬영된 사진에서는 해켓의 차량이 오른쪽 앞바퀴를 포함한 운전석 쪽이 대파된 모습이었다.
아만다는, 해켓의 순간적인 판단과 그의 운전기술이 아니었다면 자신을 포함해 뒷자리에 타고 있던 12, 10, 9살의 3자녀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녀는 사고 후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풀고 창문으로 빠져 나왔으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해켓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면서, 35살로 알려진 마주 오던 승용차의 여성운전자로부터는 한마디 연락도 없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해켓은 사고 후 20여분을 전복된 차에 거꾸로 매달려 극심한 아픔을 참아내야 했는데 출동한 소방대가 지렛대를 이용해 겨우 차문을 열고서야 구조될 수 있었다.
그는 병원에서 4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귀가해 집에서 회복 중인데 휠체어를 벗어나 다시 걷기까지는 최소한 몇 주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고가 나기 단 이틀 전에, 그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업적 번지점프를 시도했던 퀸스타운의 카와라우 다리에서 번지점프 25주년 기념행사를 가져 TV를 포함한 국내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오클랜드 노스쇼어 출신으로 올해 55세인 해켓은 원래는 목수였으나 16년간 종사하던 목수 일을 그만 두고 1980년대 중반부터 익스트림 스포츠로 널리 알려지게 된 번지점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성인식 의례로 시작됐던 번지점프는 1970년대 옥스포드 대학교의 모험스포츠 클럽에 전해져 간헐적으로 시도되었으나 이를 눈 여겨본 해켓이 번지점프용 고무줄을 개발해 내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1986년 오클랜드의 어퍼 하버 브릿지에서 뛰어내렸던 그는 1987년에는 파리의 에펠탑에서도 뛰어내려 경찰에 체포됐다가 5분만에 풀려나는 해프닝을 벌였는데, 이후 1988년에 퀸스타운에서 처음으로 상업적인 번지점프를 시도했으며 현재는 모두 6개 나라에서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카와라우 강의 번지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