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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13. 14:11 KoreaPost (210.♡.28.40)
뉴질랜드
멀쩡히 살아있는 정치인들을 죽은 사람처럼 묘사한 기념판이 벤치에 붙여져 시청이 급거 철거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건은 지난주 크라이스트처치 한복판 하이스트리트의 C1 Espresso 카페 인근에 있는 나무벤치 두 개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죽은 사람을 추념하는 듯한 두 개의 ‘기념판(Bench Plaque)’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기념판에는 “이 벤치는 크라이스트처치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이들을 싫어하는 제리 브라운리를 기념해 바친다.”는 문구(사진 참조)가 쓰여져 있었으며, 옆의 또 다른 벤치에는 같은 내용이지만 인명만 토니 메리얏으로 바뀐 기념판이 붙여져 있었다.
제리 브라운리는 현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한국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번사이드와 에이본헤드 등이 포함된 아일람 지역구의 5선 국회의원으로서, 한때 국민당 부총재를 지냈으며 현재도 교통부 장관과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당내 서열 3위의 중량급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캔터베리 대지진 이후 지진복구부 장관을 맡은 이후 최근까지 복구작업을 놓고 시민들과 마찰이 잦았으며, 토니 메리얏은 전임 봅 파커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이 영입한 시청 대표로 높은 연봉은 물론 시민들이 보기에 못마땅한 행동으로 그동안 구설수에 수없이 오르내린 바 있다.
기념판은 카페를 찾았던 한 손님이 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주인이 카페 페이스북에 이를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는데, 인터넷에서 이를 본 많은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클릭하면서 더 널리 퍼졌다.
11월 25일(월) 오전까지도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데, 주로 크라이스트처치 시민들로 보이는 네티즌들은 ‘정말 우습다’는 표현부터 ‘(부착된 내용이) 사실이다’는 지적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착한 사람의 행동을 격려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내용의 글들을 올리고 있어,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지진복구를 둘러싸고 정부나 시청에 시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기념판은 보도가 나간 직후인 11월 20일 오후에 시청과 관계된 회사의 조끼를 걸친 사람들이 동원돼 철거됐는데, 이에 대해 논평을 언급 받은 브라운리 장관은 답변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