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손상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을 대신해 임시로 지어진 ‘트랜지셔널(Transitional) 대성당’에서 뜻 깊은 첫 결혼식이 열렸다.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성공회 대성당은 100여 년이 훨씬 넘는 동안 크라이스트처치의 상징과도 같았으나 지난 2011년 2월 캔터베리 대지진으로 종루가 무너지는 등 상당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성공회 측은 설계공모를 통해 지난 8월에 카드보드(Cardboard)로 만든 새 성당을 시내 라티머 광장 인근에 완공하고 그동안 이곳에서 예배를 비롯한 각종 의식을 진행해 왔다.
이런 가운데 11월 9일(토) 오전에 새 성당이 문을 연 이래 첫 번째 결혼식이 열렸는데,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리틀톤 출신의 질 제퍼리스와 제임스 도빈슨 부부.
8년 전 같은 플랫에서 살다가 처음 사랑에 빠졌던 이들은 5년 전 약혼을 하고 그동안 두 사람만의 힘으로 살아왔는데, 이날 결혼식을 위해 이들은 오랫동안 매주 리틀톤 파머스 마켓에서 길거리 공연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에서는 제임스가 키보드를 연주하고 질이 무용을 했는데 이 같은 두 사람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자 이날 참석한 100여명의 하객들은 충심으로 이들의 앞날을 축하해줬다.
결혼식을 마친 이들은 크라이스트처치 외곽 해변인 거버너스 베이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며 신혼여행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이 열린 임시 대성당은 700석 수용규모로 건설비가 적게 들고 반영구적이며 재활용이 가능한 카드보드로 지어졌는데, 설계는 도쿄 출신의 시게루 반이 했는데 그는 1995년 고배 대지진 이후 타카초리 카톨릭 성당을 같은 방식으로 지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