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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13. 13:43 KoreaPost (182.♡.39.5)
한인뉴스
우리 선조들에게 보름달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가 양력이라면 달은 음력 에너지의 근원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다방면에서 사용해 온 음양설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여인들에게는 아이의 출산과 관련하여 달의 정기를 흠뻑 마시게 하는 풍속이 성행되었다. 아이를 출산하지 못한 여인네나, 남편의 살 속 사랑이 미흡한 여인들은 보름달이 뜬 심야의 구석진 곳을 찾아 옷을 풀어 헤치고 달의 정기를 가슴속 깊이 흡입하는 흡월정(吸月精) 풍속이 전래되었다. 여인들은 소원을 빌면서 달을 똑바로 쳐다보고 숨을 크게 들이켜기를 아홉 번씩 아홉 차례, 곧 81번을 기통(氣通)시키면서 기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아무리 엄한 가정이라도 평소 지붕 밑에 가두어 놓고 살게 하는 여인들을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다리 밟기’니 ‘직성풀이’니 하여 서슴없이 야밤에 여인을 밖으로 내보내 달의 정기를 마시게 하는데 인색하지 않았고, 또한 이 날 만큼은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유교적 예의범절을 따지지 않았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달은 악령을 추방하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나경’이라고 하여 정월 대보름 날, 양반들은 건장한 머슴을 불러 발가벗긴 뒤 논밭을 갈게 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일련의 섹스 보너스로 인한 악령 추방을 기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달이 여성에 속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속은 비단 대한민국에만 전래되는 것이 아니다.
북구 지방에서는 보름달이 걸린 밤에 여자들이 나체가 되어 씨앗을 뿌렸고, 인도에서는 여자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밭을 가는 기속이 있다. 이는 수확을 해치는 악령에게 섹스를 제공함으로써 달래서 보내기 위함이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달이 남성에 속한다고 믿고 있어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다르지만 행실은 대등 소이함을 볼 수 있다.
보름달은 쳐다보기만 해도 탐스러운데 이렇듯 소원을 빌고 악령을 추방하는 음의 기원으로도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주는 의미가 깊다.
그래서 한국의 주요 명절들은 보름달이 휘영청 하늘에 걸린 날 들이다. 설날이 그렇고 대보름날은 물론, 추석이 그러하다.
고국을 떠나 해외생활을 한지 벌써 25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국에서 3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5년, 그리고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이 20년째에 들어섰으니 돌이켜 보면 필자는 참으로 남다른 역마살이 뻗친 팔자에 유랑의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고국의 대 명절 때가 되면 더욱 향수에 젖어 심한 우울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보고 싶은 일가친척과 친구들은 물론이요, 친 형제간끼리도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담이 쌓여지는 듯하여 몸부림을 친다.
우리 고유명절인 대보름날을 며칠 남긴 지금, 뉴질랜드 밤 하늘에도 커다란 보름달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보는 저 보름달에도 토끼가 방아를 찢고 있으며, 얼마나 크고 탐스러운지 이를 보는 순간 울컥한 마음으로 향수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옛날 한국에서의 잊지 못할 나만의 추억에 잠기고 만다.
설날이 지나 대보름을 맞이하여 휘영청 큰 보름달이 뜨는 밤을 맞이할 우리는, 과거 달을 쳐다보면서 여인들이 출산을 기원하고 농부들이 수확을 기원했듯이 지금껏 고생했던 이민생활이 다소라도 윤택해 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