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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011. 23:01 NZ코리아포스트 (222.♡.136.240)
뉴질랜드
베리 시왈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라는 논문에서 “이제 ‘선택’이라는 것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닌 ‘학대(tyrannize)’인 세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시왈츠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필요 이상의 수량과 다양성, 옵션의 나열은 소비자로 하여금 금방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도록 만들고 결단력을 잃어 종국에는 그 어떤것도 고르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Food Marketing Industry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규모의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종류는 약 48,750개로, 1975년도의 5배가 넘는 종류라고 한다. 이것은 비단 과자뿐만이 아닌 무려 91가지는 샴푸 브랜드와 93가지의 치약 종류 등 다양성이 너무나 커졌다.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그 흔한 포테이토칩의 맛은 4가지 맛- 양파, 치즈, 식초첨가, 무소금- 이라는 종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브랜드와 종류가 다양하게 늘어나 ‘오리엔탈 레드 카레맛’이라든지, 카라멜을 입힌 양파맛(caramelised) 등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졌다.
심리학자들은 상품의 다양한 과잉옵션 (too many option)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이로움 보다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위해 고민하게 만들며,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면 다양해질 수록 기대감이 커지게 되어 소비자 본인에게 알맞은 물건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더 빠른 자동차를 원하고, 전망이 더 좋은 리조트를 고를 것을-하는 후회를 계속하여 낳게 된다는 것이다. 브리스톨 대학(the University of Bristol) 연구원의 설문조사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현재의 삶이 10년 전 보다 행복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훨씬 복잡하고 난해해졌다”고 느끼고 있음이 밝혀졌다. 선택에 대한 고민으로 밤새 한 숨도 자지 못한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42%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넘칠 정도로 과잉 선택의 세계(a word of abundant choice)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욱 어려운 결단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디지털 세대 이전에는 상품의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들을 전부 진열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인터넷 쇼핑몰이 열리면서 진열대의 개념이 사라지고 웹싸이트를 통해 공간의 제한 없이 보여주고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고민과 짐을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 시왈츠 박사에 따르면 디지털 세대들은 광범위한 선택의’ 자유’아닌 자유 속에서‘선택’에 무감각해져 ‘단순한 집어들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요새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안전한 쇼핑을 하기 위해 그 물건을 선택한다.
지난해 헐리우드에서 개봉된 영화는 558편이었으며 해마다 개봉 영화의 수는 늘어가지만 관객들이 보는 영화는 박스오피스 대형영화이다. 아직도 많은 영화 관람자들과 TV시청자들은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고 그날 볼 영화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인기 브랜드를 사고 나서야 비로소 쇼핑을 잘 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되는 것이다. 이것은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저 후회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과잉 옵션은 선택을 죽인다 (Trop de choix le choix- too much choice kills choice)”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죽는 결과라는 의미이다. 반세계화(Anti-globalisation)와 녹색운동(Green Movement)같은 단체들은 선택의 범람(surfeit of Choice)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을 자극하고 있다.
장새미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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