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크라이스트처치의 린우드 에비뉴(Linwood Avenue)거리에서 운전이 미숙한 17세 청소년의 차량이 인도로 뛰어들어 어린이 나얀(4)이 형과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차에 치어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을 잃은 엄청난 비극을 겪은 어머니인 앰마 우즈(Emma Woods, 37)는 아들을 숨지게 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혹독한 처벌을 내리기를 기대할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었다. 오히려 그를 용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우즈는 사고차량 운전자 애슐리 어스틴(18)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가족을 만나보았다고 한다. 어스틴과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그가 운전이 미숙했으며 고의로 인도로 뛰어든 것이 아니었다는 것, 그 일로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는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즈는 그에게 '인생을 스스로 망치지 말라'고 충언하며 재판관에게 소년을 감옥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탄원했다. 그러면서 죄책감으로 인해 거의 제정신을 잃어가는 소년을 품에 안아주었다.
동생을 잃은 형 제이콥(6)까지도 나얀을 죽인 댓가로 어스틴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우즈 부부는 어스틴을 용서했고, 이에 재판관은 사회 구금과 사회봉사(community detention and community work)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어머니가 사고 운전자를 용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인가. 이에 뉴질랜드 헤럴드 신문은 매년 봉사와 용기, 리더십을 보여준 뉴질랜드인을 선정하는 '올해의 뉴질랜드인'으로 앰마 우즈에게 상을 수여하였다.
'올해의 뉴질랜드인' 선정 소식을 들은 우즈는 "나 자신이 특별했다고 생각치 않는다. 용서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엔 어려운 일이라 여겨지고 있지만, 상황은 자신 스스로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납득하게 만들고, 자신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질 때, 인간은 무엇이 옳은 일인지 더 넓은 시각으로 보게 된다.
나와 남편 던컨은 아들을 잃는 사고 후 몇 달간 어스틴이라는 청년과 그 가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비단 우리 가족 뿐만이 아닌 모두의 비극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용서의 완전한 과정은 몇 개월에 걸쳐 이루어지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사랑이 충만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용서라는 생각을 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 다 분명한 분노를 느꼈지만 애슐리 어스틴군에게 분노만 해서는 아무것도 좋을 것이 없으며 상황이 나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데에 사람의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사고 후 절망에 빠지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사건이 그에게 있어서도 비극이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사라 채트윈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다는, 사람을 망연자실케 하는 그러한 극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이성적인 대답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줄 아는 보기 드문 지성을 가진 여성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자신의 마음속에 나얀이 계속 살아있으며 앞으로도 아들이 곁에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얀은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였다고 한다. 과학적 호기심이 많아서, 전구에 어떻게 불이 들어오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며 가르쳐달라고 부모님을 조르기도 했으며, 인기도 많아서 친구들도 많았고 항상 주위를 호기심을 가지고 둘러보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아이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어머니와 과자로 만든 과자집을 굽기도 했는데 올해는 나얀이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우즈 가족이다.
남섬의 크라이스트 처치 지역의 앰마 우즈라는 여인의 용서와 그녀가 '올해의 뉴질랜드인'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뉴질랜드인들을 감동으로 물들게 하고있다.
출처: NZ헤럴드
장새미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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