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그리고 빨리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1,2분이면 완성되는 패스트 푸드를 먹으며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 농약과 항생제를 이용해 재배된 농작물이 많은 사람들의 배를 채웠다. 하지만 ‘빨리’가 사람들의 식생활에 가져온 폐해는 컸다. 열량이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되고 인체에 유해한 유전자 조작 식품을 사용했을 우려가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페스트 푸드에 대항하는 것이 이른바 슬로 푸드다. 식품 첨가물이 가득한 ‘빠른’음식들이 현대인의 건강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유기농과 ‘슬로 푸드 slow food’가 뜨고,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 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은 예전처럼 성행하지 못하게 되어가는 추세다. 패스트푸드와 상반되는 슬로푸드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서비스되는 음식들과는 달리 정성들여 만든 요리들을 천천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슬로 푸드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산된 먹거리’다. 자연농업으로 기른 채소, 친환경 방식에 의해 생산하고 소비가 이루어지므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도 슬로 푸드의 혜택이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슬로 푸드는 자연미 살린 조리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식사 방식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히 식사를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 인식하고 단숨에 음식을 먹어 치운다면 ‘건강’ 을 생각하는 슬로 푸드 식사로 볼 수 없다.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슬로 푸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슬로푸드 정서와 역사를 가진 나라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식을 영양학적 균형이 뛰어난 모범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식이 슬로푸드인 것이다. 슬로 푸드의 대표주자인 한국의 전통 한식, 기름지지 않고 소박한 한식이야말로 건강 음식이다.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은 발효음식인 장류와 김치다. 재료를 오랫동안 숙성시켜 만든 전형적인 웰빙 슬로 푸드로 독특한 풍미가 있다. 고기는 삶거나 찌고 생선은 조림이나 찜의 방법으로 조리해 담백한 저지방저칼로리 음식이 많다. 제철 채소를 데쳐 갖은 양념에 무친 나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섬유소가 풍부하다. 한식이 성인병과 비만 문제를 해결할 탈출구로 주목받는 이유다.
우리 음식이 건강식이라는 것은 자부할 만 하다. 한국식 슬로 푸드 지침은 우리의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다. 느긋하게 음식을 만들고 기쁜 마음으로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은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며 얻을 수 있는 개인적 측면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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