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2,158
01/10/2010. 11:47 NZ코리아포스트 (122.♡.159.81)
한인뉴스
여러 나라의 경제 발전사를 연구해 온 학자들은 흔히 “한 사회의 번영은 생각의 산물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때 생각의 중요한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역사관(歷史觀)이라는 이야기이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시대를 구가하고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며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 되었다는 자만심에 들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한 때 무성한 듯 보여도 쉽게 쓰러지고 만다. 세계를 제패한 듯이 날뛰던 제국들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도 역사상 경험했다. 역사를 모르고 정신문화적 기반이 약한 조직은 쉽게 무너진다. 국가와 민족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수는 한반도에 7,300만, 해외에 700만 총 8,0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반도 인구는 남북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해외 인구는 178여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다. 해외 교민의 수는 약 10%에 달하며 이는 인구비례로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태리에 이어 세계 4대 인구유출국에 해당하고 있다. 진출 국가 수로는 단연 상위에 속하며 실로 지구상에 해가 지지 않는 민족의 생활 터전을 형성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다. 8천만이 모래알 같이 흩어져 각 개인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면 아무런 가치도 발휘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고국 정부에서 여러 경로로 재외 동포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2세들을 위한 한글 교육도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민족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사상적 뒷받침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에서 어느 문화권에서 살고 있든 한민족은 단군의 자손이며 4343년의 역사를 지닌 뿌리 깊은 민족임에 틀림없다. 현지 키위들을 보더라도 그들은 자기들 조상의 뿌리를 3대 이상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족보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천 년 이상의 가계(家系) 역사도 기술되어 전해오고 있다. 이민 사회에서도 이러한 좋은 전통을 살려 나가고 그러한 바탕위에서 현지 사회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일이다.
세계의 한민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서 단군사상을 이어받고 후세에 전해주는 역사의식이 절실하다고 본다.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니고 실화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고증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고대 역사를 경시하고 잘못 전해온 일제 식민사관에 의한 고조선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개천절을 맞이하며 여러 가지 감회를 느낀다. 4대 국경일이라고 하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중에서 제일 경시되고 있는 국경일이 개천절이다. 사실 3.1절, 제헌절, 광복절은 100년 전에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긴 후 일제 식민지 시대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기념일임에도 그렇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더라도 중국의 한 속국으로 있다가 일본 식민지를 거쳐서 2차 대전 종료와 함께 해방된 나라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한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말과 문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우리 스스로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데 누가 알아줄 것인가?
작년에 교민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평통 뉴질랜드 협의회 주최로 개천절 행사를 시행해봤다. 준비 부족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수의 차세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하고 이어서 개천절의 역사적 의미를 탐색하는 세미나도 열었다. 이러한 전통이 뉴질랜드 교민 사회에 정착되어 매년 발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염원하였다. 그러나 금년 들어 어느 단체도 관심을 가지고 챙기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전 세계 공관에서는 주로 현지 VIP들을 초청해서 개천절 기념 리셉션을 베풀고 있다. 그러나 교민/차세대 차원에서 단군 사상을 일깨우고 현지인들에게 우리 역사를 알리는 일련의 행사는 전혀 행해지지 않고 있다. Term 3 방학 중이라 한글학교 차원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이 지내고 있다.
우리 한민족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세계화 시대에 부상을 하려고 한다면 한 국토 안에서 단일민족으로서 한 문화를 영위해 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활용해야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고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 즉, 겨레의 백성이 서로 협력하고 단결하여 행복을 누리며, 나아가서는 인류공영(人類共榮)을 위하여 힘쓴다는 단군사상을 21세기에 사는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전파할 일이다.
한 일 수 (칼럼니스트)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