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집중력 장애를 겪게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팀이 미국 소아과 학회지 최신호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V를 과다하게 시청하는 아이들일수록, 성인기에 주의력 결핍, 단기 집중장애 등의 문제를 겪게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3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경우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과도한 TV 시청이 주의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학부모나 교사들의 추측은 있어왔지만, 연구 대상자를 아동기에서 성인기에 걸쳐 장기간 조사한 뒤 그 연관성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이 연구는 1972년 4월에서 1973년 3월 사이에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태어난 어린이 1,000명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조사팀은 이 시기에 태어난 5세에서 11세사이 어린이들의 평균 TV 시청 시간을 2년에 한 번씩 기록해 왔다. 집중력에 관한 자료는 조사대상이 된 당사자들이나 부모, 교사에 의해 기록되었다.
연구를 진행한 밥 행콕스(Bob Hancox)박사는 "TV 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DVD, 게임 등 모든 종류의 영상물을 하루에 2시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TV 시청을 많이 한 아이들일수록 성인이 되서 주의력 장애, 집중력 부족 현상을 많이 겪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에 대해 그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빠른 이미지와 장면 전환이 아이들의 뇌에 과도한 자극을 줘서 두뇌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두뇌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일수록 그 영향은 더욱 지대하다. 행콕스 박사는, "TV를 많이 보게 되면, 뇌가 빨리 변화하는 장면에 적응되어 평상시에도 무언가에 집중을 유지하는게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빠른 속도의 편집과 주의를 끄는 흥미로운 장면에 의존하다보면, 실제 생활이 매우 지겹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TV를 많이 보는 아이들일수록, 숙제나 독서 같은 느린 활동을 참지 못하는 성향을 볼 수 있다.
행콕스 박사는, "TV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집중하든 하지 않든 계속 이어진다. 아이들은 TV를 보면서 다른 곳에 신경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습관을 다른 모든 활동에 대입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사팀은 이 연구가 TV 시청이 성인기의 집중력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역으로, '집중력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TV를 더 많이 본다.'는 추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