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에서 유학 중인 장승민씨는 집에서 가끔 휴식할 때 한국에서 유행하는 케이블TV 프로 ‘스캔들’을 즐긴다.
서울 집에 설치한 슬링박스를 통해 이국만리 타지에서도 안방에서 보던 케이블TV 프로그램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집안의 거실이나 안방에서 보던 TV를 전세계 어느 곳으로도 자유롭게 옮겨 즐기는 방송 서비스 장소이동(플레이스 시프팅)’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미 소니의 ‘로케이션프리’가 국내에 출시됐으며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슬링미디어의 ‘슬링박스’도 이달말 국내에 정식 선보인다.
국내 벤처기업도 관련 제품을 준비 중이다. 서비스의 국경 개념을 무색케하는 장치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방송 규제권과 저작권에 대한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안방처럼=슬링박스의 주역 슬링미디어는 ‘플레이스 시프팅’이란 화두를 꺼내 미국, 영국, 스웨덴, 일본, 홍콩, 대만 등 세계 11개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소니의 ‘로케이션프리’도 장소이동 시대를 연 장치다.
흔히 이런 장치는 각종 신호를 외부로 전송해주는 매개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미디어어댑터(DMA)로 불린다.
집에 장치를 설치하면 TV신호를 인터넷으로 외부에 전송해 직장이나 여행지, 출장지에서도 안방처럼 TV를 시청할 수 있다.
허치슨은 올초 슬링미디어와 손잡고 집안의 TV를 휴대폰에서 즐기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PC 뿐만 아니라 통신 연결이 가능한 다양한 디지털기기로 확대하는 추세다. ID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면 방송을 공유할 수도 있다.
현행 방송 규제권이나 저작권 개념으로는 접근이 곤란해 향후 논란 소지도 안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 유비티즌도 ‘유팸TV’라는 DMA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애플은 PC에 있는 동영상, 사진 등을 TV로 전송하는 DMA의 다른 유형인 ‘애플TV’를 선보이기도 했다.
◇UCC 서비스까지 확장 노린다=슬링미디어는 ‘슬링박스’ 판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오는 9월 ‘클립앤슬링’이라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서비스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슬링박스로 TV를 시청하다가도 버튼 클릭만으로 영상을 발췌해 인터넷 서비스 사이트로 전송할 수 있는 방식이다.
동영상 제작을 손쉽게 도울 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UCC 제작을 알리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슬링미디어는 이를 위해 CBS와 제휴했다. 방송콘텐츠를 합법적으로 발췌할 수 있게 하고 대신 광고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방송사와 나눠 갖는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슬링미디어는 향후 ‘슬링박스’를 셋톱박스에 내장해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드웨어 자체에서 UCC 제작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UCC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용익 엔에스텍 사장은 “슬링박스는 향후 IP-TV를 비롯, UCC 기반 서비스 등과 접목될 수 있다”며 “거실에 있는 TV를 확장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방송이나 콘텐츠 서비스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