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 상점에서 발견한 오래된 손목시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한 군인의 유품으로 밝혀졌다.
시계를 발견한 사람은 크라이스트처치의 ‘오파와(Opawa) 커뮤니티 스토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머리 테일러(Murray Taylor).
그는 처음에는 낡고 고장 난 물건으로만 생각했던 ‘오메가 시계’의 뒷면에 새겨진 글자를 보고 군인과 관련된 물건임을 바로 알아챘다.
시계에는 ‘데이비드 트립(David Tripp)’이라는 이름과 함께 ‘뉴질랜드 군단 제2 기병사단(NZ Armoured Corps, 2 Divisional Cavalry)’이라는 정보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추가 조사를 통해 그는 트립이 1944년 3월 6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이탈리아의 ‘카시노(Cassino) 전투’에서 지뢰를 밟고 전사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테일러는 시계를 유족에게 돌려주고자 훈장 등 전쟁 메달을 돌려주는 운동을 하는 단체인 ‘메달스 리유나이티드(Medals Reunited)’의 설립자인 이안 마틴(Ian Martyn)에게 연락했다.
전직 군인인 마틴은 지금까지 무료 봉사활동을 통해 500개가 넘는 전쟁 메달을 가족에게 돌려줬는데, 이번에도 시계 뒷면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요양원에 거주 중인 트립의 조카를 찾아냈다.
그런데 트립의 형제인 ‘휴(Hugh) 트립’도 데이비드보다 1년 전에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전사할 당시 형제의 나이는 22살과 25살에 불과했다.
이들 형제는 모두 사우스 캔터베리의 제랄딘(Geraldine) 출신으로 크라이스츠 칼리지에 다녔다.
시계는 트립이 전사하기 1년 전인 1943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트립이 전사한 그 이듬해에 부모에게 반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틴은 시계가 어떻게 중고물품 상점에 기증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발견자가 시계의 소중함을 알아보고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시계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형제의 모교에 기증됐는데, 트립 형제의 이름이 박힌 ‘명예의 벽’ 앞에서 시계를 전달받은 학교 관계자는 개교 175주년을 기념해 문을 여는 학교 박물관에 전시하겠다고 말했다.
발견자인 테일러는 이제 시계가 소중히 여겨지고 의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돼 마음도 놓이고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