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아닌 박쥐가 뉴질랜드의 ‘올해의 새(Bird of the Year)’로 뽑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11월 1일(월), 매년 ‘올해의 새’를 선정하는 기관인 ‘포레스트 앤 버드(Forest and Bird)’는 총 77개 종이 경쟁을 펼친 결과 처음 출전한 ‘긴꼬리 박쥐(long-tailed bat)’가 올해의 새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마오리 이름으로 ‘페카페카-토-로아(pekapeka-to-roa)’로 불리는 긴꼬리 박쥐는 올해 투표에서 7031표로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며 2위인 ‘카카포(kākāpō, 4072표)’를 3000여 표 차이로 눌렀다.
한편 3위는 ‘티티포우나무(titipounamu)’가 차지했으며 4위와 5위는 각각 ‘키아(kea)’와 ‘토로아(toroa)’가 차지했다.
또한 ‘블랙 로빈/카카루이아(robin/kakaruia)’, ‘코로라(kororā)’, ‘루루(ruru)’, ‘휘오(whio)’와 ‘록호퍼 펭귄(Rockhopper penguin)’이 나머지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주 동안 온라인으로 이뤄진 이번 투표에는 모두 5만6733표가 투표된 가운데 10월 31일(일) 밤에 종료됐다.
포레스트 앤 버드의 관계자는, 보통 낮에는 찾아볼 수 없는 긴꼬리 박쥐가 현재 포섬 (possums)이나 족제비(stoats), 고양이와 쥐와 같은 천적들에게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박쥐는 뉴질랜드의 '유일한 토착 육상 포유류(only native land mammals)’이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동물로 분류되지만 토종 조류들과 같은 위협에 직면해 국가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포레스트 앤 번드 측은 박쥐를 선정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논란도 있었고 이런 점이 선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국내 토종 박쥐는 단 2종에 불과해 특별히 열광할 일도 아니라면서, 올해에는 특히 박쥐들이 직면한 위협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박쥐에 대해 알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뉴질랜드의 긴꼬리박쥐는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토착종으로 일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주파수로 신호하며 시속 60km로 날 수 있고 100km2나 되는 넓은 서식 영역을 갖고 있다.
주로 숲 가장자리를 따라 나방과 각다귀, 모기, 딱정벌레 등과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으며 체중은 8~12g에 불과하고, 암컷은 여름에 한 마리 새끼를 낳고 어릴 때 홀로 키우지만 다른 암컷들과 최대 120마리까지 모여 모계 집단을 형성한다.
긴꼬리박쥐는 1800년대만 해도 뉴질랜드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1900~1930년부터 많은 지역에서 보기 힘들어졌으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남섬긴꼬리박쥐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희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섬 긴꼬리박쥐는 한때 더니든과 인버카길 그리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에이번(Avon)강에 걸린 나무 다리 아래에서 서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