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에서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뉴질랜드 농업 박람회(NZ Agricultural Show)’가 결국 2년 연속해 취소되면서 주최 측은 물론 지역 사업체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금년 행사는 오는 11월 10일(수)부터 12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델타 바이러스 확산이 끝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지난주 박람회를 주최하는 ‘캔터베리 A&P 협회(Canterbury A&P Association)’는 11월부터 시작 예정인 정부의 ‘백신인증제도(vaccine certificate scheme)’는 행사를 개최하기에는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면서 금년 행사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또한 레벨2 경보령이 레벨1으로 언제 내려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며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부담도 크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을 토로했다.
협회에서는 날짜 변경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럴 경우 너무 많은 다른 행사들과 일정이 겹칠 뿐만 아니라 행사와 관련된 자원동의도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금년에는 행사 중 일부 프로그램만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세부적인 사항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작년에도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됐는데, 금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협회 측은 시청에서 100만달러까지 대출 허가를 받는 등 박람회를 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전에는 ‘캔터베리 A&P 쇼’로 널리 알려진 이 행사는 지난 1862년에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160년가량을 이어온 유서가 깊은 행사이자 국내 최대의 농업 관련 행사인데,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19년과 작년 등 지금까지 단 2차례만 행사가 중단됐다.
매년 7000여 마리 가축들이 등장하고 600여 각종 업체들이 전시 부스를 차리는 가운데 사흘간 국내외에서 10만여명의 방문자들이 위그램(Wigram)의 행사장을 찾곤 했다.
또한 행사 주간은 ‘컵 앤 쇼 위크(Cup & Show Week)’이자 11월 2번째 금요일은 캔터베리 지역 기념일인 ‘쇼 데이(Show Day)’로 애딩턴(Addington)과 리카턴( Riccarton) 경마장에서 열리는 수 차례 경마대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는 주간이다.
이 무렵 방문자들의 지출액만 최소 400만달러에 달하는데, 현재 경마대회는 무관중 대회를 포함해 주최 측을 중심으로 대회 진행 방식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식당이나 바를 비롯한 업소들은 이때가 연중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한데, 행사를 고대하던 업소들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반면 한 농기계 판매회사 관계자는, 요즘 농부들은 박람회처럼 전시장에 직접 가 농기계를 구입하지 않는다면서, 행사 취소가 자사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이 행사가 취소된 데 이어 금년 연말 이전에 남섬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사한 행사들도 잇달아 취소되거나 또는 무관중이나 온라인 개최로 변경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과 업체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1년 가까이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남섬에 대해 경보령을 유지하고 또 뒤늦게 백신증명서 제도를 도입한 정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