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뇌전증(간질, epilepsy)’ 발작으로 주차된 차 두 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지만 법적으로는 사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고는 2024년 3월에 한낮에 발생했는데, 당시 사고로 인한 피해 차 중 한대는 더이상 운행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망가졌는데 이 차는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한편 가해 운전자는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사는 사고 원인이 발작과 같은 의학적 사건이라면서 보상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분쟁조정기관(Disputes Tribunal)에 2만 5,000달러의 배상을 요구했지만 최근 조정기관에서는 이 청구를 기각했다.
분쟁조정기관 관계자는 피해 차 주인이 이번 사고에 대해 전혀 잘못이 없고 또한 심각한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운전자 역시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정기관의 판결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전자는 운전 중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차를 길가에 세우려 했지만 이때 발작을 일으켜 의식을 잃고 차가 후진해 주차 중이던 다른 차들을 들이받았다.
이 운전자는 지난 40년간 발작 증세가 없었고 이후 약을 먹고 있었으며 의사 진단서까지 받아 운전이 가능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작이 결국 사고로 이어졌는데, 병원으로 실려 갔던 운전자는 당일 퇴원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가 과거 ‘뇌전증’ 병력이 있어 운전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러나 조정기관은 운전자가 발작이 시작되자마자 즉시 차를 멈추려 했다는 점에서 과실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운전자가 이에 대한 의사 진단서와 병원 기록 등을 제시했고 사고 직후 경찰의 음주 측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증거가 인정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사고는 운전자 과실이 아니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1984년에 마지막으로 발작 증세를 겪었었다는 해당 운전자는 현재 의료진과 교통 당국(Waka Kotahi)의 승인이 있을 때까지 운전할 수 없도록 조치됐다.
이 사건은 의학적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인정되면 법적 책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으며, 보험사의 보상 거부 이유와 법적 책임에 대한 논쟁도 일으키는 사건이 됐다. (사진은 자료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