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 서부에 위치한 타라나키 산(Taranaki Maunga)이 공식적으로 ‘법적 인격체(Legal Personhood)’로 인정됐다. 이는 자연 환경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마오리족의 전통적 세계관을 반영한 조치로, 해당 산은 이제 법적인 권리와 책임을 갖는 독립된 주체로 간주된다.
이번 결정은 뉴질랜드 정부와 지역 마오리 부족인 Ngā Iwi o Taranaki 간의 역사적 합의에 따른 것으로, 타라나키 산은 ‘타라나키 마운가’라는 공식 명칭과 함께 하나의 ‘법적 존재’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사진출처:https://en.wikipedia.org/wiki/File:Mt_Taranaki.JPG
산은 두 명의 공동 대표 (하나는 마오리족 대표, 하나는 정부 측 대표)를 통해 그 이익을 대변받게 되며, 산의 관리와 보호에 대한 권리 역시 이 대표들을 통해 행사된다.
타라나키 마운가는 오랜 기간 동안 마오리족에게 신성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마오리 전통에 따르면, 타라나키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
마오리 원로 와이누이오마나 라투 씨는 “타라나키는 단지 산이 아니다. 그는 우리의 조상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족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적 지위 부여는 뉴질랜드에서는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황가누이 강(Whanganui River)이, 2017년에는 우레웨라 숲(Te Urewera)이 각각 법적 인격체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법적 접근 방식으로, 자연의 권리를 법적 틀 안에서 보호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이 환경 보호, 생물다양성 유지, 그리고 원주민 권리 강화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뉴질랜드 법무부는 “타라나키 마운가에 부여된 법적 인격은 단순한 상징이 아닌 실질적인 법적 보호 장치를 의미하며, 향후 개발 행위나 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마오리족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티 티리티 오 와이탕이(와이탕이 조약)’의 이행이자, 자연과 인간이 상호 존중 속에 공존해야 한다는 철학을 제도적으로 실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