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자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8강까지 진출했던 룰루 순(Lulu Sun, 23세, 123위)이 아쉽게 8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순 선수는 7월 9일(화, 현지 시각)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8강전에서 도나 베키치(37위, 크로아티아)에게 5-7, 6-4, 6-1로 고배를 마셨는데, 베키치 역시 생애 처음 8강에 올랐었다.
한편 이 경기에 앞서 순은 7일 열린 16강전에서는 2시간 50분에 걸친 접전 끝에 영국의 희망이었던 에마 라두카누(135위)를 2-1(6-2 5-7 6-2)로 꺾으면서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8강에 오른 바 있다.
라두카누를 꺾은 뒤 눈물을 쏟은 그녀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싸웠고 지금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뉴질랜드 여자 선수로는 윔블던 첫 8강 진출로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순은 2010년 카이아 카네피(에스토니아) 이후 14년 만에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에 오른 예선 통과 선수가 됐다.
순이 도나 베키치에게 패배한 직후 ‘윔블던 박물관(Wimbledon Museum)’은 그녀의 라켓을 박물관에 기증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는 키위 선수의 역사적인 기록 달성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박물관은 1877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과 기념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날 제 1코트에서 경기를 마친 후 라켓 기증을 요청받은 그녀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수락하면서 이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뉴질랜드와 뉴질랜드 테니스 역사를 위해서 얼마나 멋진 일인지 설명할 수 없다면서, 많은 선수가 이룰 수 없는 일을 자신이 해내 정말 기쁘고 뉴질랜드 테니스 역사의 일부가 된 게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순은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뛰었는데, 예선전 세 경기를 포함해 총 다섯 차례 치른 경기 중 세 경기가 3세트까지 진행됐으며 그중 한 경기는 7-6, 7-6으로 어렵게 승리했다.
이에 따라 순은 총 11시간 6분이나 되는 장시간 경기를 치르면서 이번 대회의 모든 8강 진출자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낸 선수가 됐는데, 이는 WTA 투어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정이다.
이 바람에 이날 8강전에서는 두 번째 세트 중 경련 증세가 시작될 정도였는데, 순은 육체적으로 마지막에 약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솔직히 말해 오늘 베키치 선수가 잘 뛰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으면, 경련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이미 그런 일이 벌어졌고 이를 바꿀 수는 없으며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적은 관중이 모인 경기장에서 예선을 치렀던 순은 나중에는 센터 코트에서 라두카누와 경기했으며 절대 그것을 잊을 수 없다면서, 윔블던에서 정말 멋진 경기를 했고 뉴질랜드 팬들과 다른 팬들로부터 받은 에너지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뉴질랜드인이 당일 밤새도록 순 선수와 베키치와의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했으며 몇몇은 테니스 클럽에 모여 단체로 시청하기도 했다.
<룰루 선은?>
본명이 루시야 라도비치(Lucija Radovčić)인 순은 크로아티아 출신인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2001년 4월에 남섬 사우스랜드의 테 아나우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그녀가 태어나기 몇 년 전에 할머니가 부동산을 구입한 곳으로, 생후 5년 동안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보냈으며 할머니는 여전히 인구가 3,000명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
순은 5살 때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랐고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지난 2022년에 국제 관계와 글로벌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프로가 되기 전 2011~2013년에는 크로아티아 선수로 활약했고 2018년 호주 오픈에서는 여자 주니어 스위스 대표로 나서서 복식에서 바이올렛 아피샤(Violet Apisah)와 짝을 이뤄 준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