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봄의 전령사 설중매
소싯적 우리 집 과수원 울타리에 엄청 큰 매화가 있었다네
초봄 꽃샘추위에 눈발이 휘날릴 때면
눈 속에서도 순백의 꽃을 피워주었지
초여름 초록매실은 약재로 쓰였고
운 좋게 살아남은 몇몇은
가을이 익어갈 무렵
샛노란 자태를 뽑내며
으으음 새콤달콤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맛을 내 주었어.
그러던 추억 속의 설중매.
우리가 사는 이 곳은 겨울이라 해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지라
길 잃은 설중매는 꽃만 흐드러지게 필뿐
결실은 없다고 하네....
이 사진은 박현득 사진 작가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