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난폭운전 혐의와 함께 경찰의 동행 요구를 거부했던 키리 앨런(Kiri Allan, 39)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 사퇴와 함께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앨런 장관은 지난 7월 23일(일) 밤 9시경 웰링턴 시내에서 주차 중인 다른 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으며 경찰서에 구금돼 있다가 4시간 후 석방됐다.
당시 앨런 장관은 음주 측정에서 법정 기준 한도 이상의 알코올 수치가 나왔지만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는 부과하지 않고 이와 관련해 경고장만 발급했다.
하지만 당시 앨런 장관은 경찰관의 동행 요구에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녀는 최근 연인과 공개 결별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며 7월 초에 병가를 냈으며, 그동안 부서 직원들과 관계도 순탄치 않아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힙킨스 총리는 즉각 이튿날 면담을 통해, 그녀가 장관직에 머물기에는 적합한 상태가 아니고 법무부 장관의 형사 입건도 말이 안 된다면서 사직을 권유했다.
앨런 장관은 이에 동의하고 장관직을 사임했는데 힙킨스 총리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지만 그동안 쌓였던 극심한 정서 장애가 원인이라는 보고를 받았으며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도 있다면서 변호하기도 했다.
앨런 장관도 자기 행동에 대해 사과하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도 숙고해 보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25일(화)에 소셜 미디어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녀는 마오리로 빅토리아 법대를 나왔으며 재학 당시 헬렌 클락 전 총리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지역구는 북섬 이스트 코스트(East Coast)이다.
지난 2016년에 동성 결혼을 했지만 2022년에 헤어졌는데, 국회에는 지난 2017년 선거에서 지역구에서는 2등을 했지만 비례대표로 처음 당선돼 등원했다.
이후 2020년 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당선된 재선 의원으로 그동안 지역개발부와 자연보존부, 그리고 잇달아 법무부 장관까지 맡으면서 노동당의 떠오르는 정치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소동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중인 집권 노동당에는 또 하나의 악재가 됐다.
노동당은 지난달 마이클 우드 교통부 장관이 주식 소유를 놓고 이해 충돌 시비가 일면서 사퇴했으며, 그보다 앞선 3월에는 스튜어트 내시 경찰부 장관이 정치자금 기부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준 사실로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