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분기에 정점을 찍었던 국내 물가상승률이 이후 1년 동안에 분기 기준으로 세 차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경제가 냉각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7월 19일(수) 통계국은 올해 6월 분기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0%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지난 3월 분기의 6.7%, 그리고 지난해 12월 분기의 7.2%에 이어 분기 기준으로 1년 중 세 번째 하락이라고 밝혔다.
국내 물가는 지난해 6월 분기에 연간 7.3%로 32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한 바 있으며, 이후 9월 분기에 7.2%로 약간 낮아지고 12월에도 같은 7.2%를 기록한 바 있다.
통계 담당자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난 1990년대 이후에 볼 수 없던 높은 상승률이지만 지난 분기를 포함한 최근의 추세는 지난해 6월이 정점이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정점보다는 낮아졌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특히 먹거리 물가 때문인데, 그중에서도 채소와 즉석식품, 우유, 치즈 및 계란 가격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6월 분기까지 연간 식품물가지수는 12.5% 상승했으며 이 기간에 채소는 23.3%, 그리고 즉석식품과 우유, 치즈, 계란은 9.8~13.8%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에 더해 주거비와 가정용 공공요금이 두 번째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 배경에는 올해 6월 분기까지 연간 7.8% 오른 것을 포함해 지난 3년간 1/3 이상이나 치솟은 신규 주택 건설비와 함께 주택 임대료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주택 임대료는 지난 3월 분기까지 연간 4.3% 올랐으며 6월 분기에도 연간 4.2%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한편 여기에 사료를 포함해 반려동물용품도 크게 오르고 숙박료가 오르면서 여행을 비롯해 내국인들이 즐기는 레저 비용이 함께 오른 것도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GDP 2개 분기 연속 감소 “기술적 경기침체 돌입”>
반면 12개월간 휘발유가 15%, 국제선 항공료도 내리는 등 운송 분야가 물가 상승세를 약간은 진정시켰는데, 하지만 연료 소비세 인하와 반값 대중교통요금 조치가 7월부터 중단돼 오는 9월 분기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됐다.
물가가 이처럼 계속 오르자 특히 주거비와 식품 구입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써야만 해 여유가 없는 이들은 물론, 그동안 비교적 소비할 여력이 있었던 그룹도 잇달아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경기가 냉각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표) (분기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단위:%, 1990.6~2023.6)
실제로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의 여파로 지난해 12월 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비해 0.7% 감소한 데 이어 사이클론 등 기상 재해가 연달아 겹쳤던 올해 3월 분기에도 0.1%가 또 줄었다.
가장 감소 폭이 컸던 ‘비즈니스 서비스(광고 시장과 경영 컨설팅 등이 포함됨)’를 비롯해 절반이 넘는 산업 분야에서 GDP 감소가 발생했는데, 이처럼 2개 분기 연속으로 GDP가 감소하면서 뉴질랜드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이른바 ‘경기침체(recession)’에 돌입했다는 보도도 국제적으로 나온 바 있다.
경기침체가 나타나면 내구소비재는 물론 기업의 설비 구입도 감소하고 또한 재고가 늘면서 생산이 줄고 결국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경우 국가에서는 경기침체가 본격적인 ‘경기불황(depression)’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 정책을 포함해 갖가지 정책을 펼친다.
통상 경기가 침체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취하는데, 하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가 있어 중앙은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6월 분기에 미국은 연간 인플레이션이 3.0%로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EU가 5월까지 연간 7.1%를 기록하고 영국 역시 같은 기간에 8.7%, 그리고 호주도 5.6%를 기록했으며 OECD 평균이 6.5%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잡히지 않자 각국 정부가 경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0월 총선을 앞둔 뉴질랜드 정부 역시 그 대책을 두고 여야 간에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해결책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