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해군의 함정 한 척이 사모아 인근 해역에서 좌초한 후 침몰했다.
10월 5일 오후에 사모아의 우폴루(Upolu)섬 남부 해안에서 1km 떨어진 바다에서 암초를 조사하던 뉴질랜드 해군의 측량선인 ‘HMNZS 마나와누이(Manawanui)함’이 좌초했다.
좌초 뒤 불이 나면서 한동안 불길과 짙은 연기를 내뿜던 마나와누이함은 현지 시각으로 이튿날 오전 9시경 결국 침몰했다.
<탑승자 75명 전원 대피>
사고 발생 즉시 이본 그레이(Yvonne Gray) 함장을 포함한 75명의 탑승자는 구명정과 구명보트로 옮겨탔으며, 이후 사모아 구조 당국과 호주 군 당국, 뉴질랜드 공군 해상초계기 등이 배치돼 이들을 모두 구조했다.
구조 과정에서 탑승자 중 한 명은 어깨가 탈구되고 다른 한 명은 허리 부상으로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한 구명 보트 하나가 암초에 부딪혀 탑승자들은 해안까지 걸어서 이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가 찰과상 등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탑승자 중 72명은 사모아 수도인 아피아에 모였다가 공군의 C-130J 허큘리스 수송기 편으로 7일 밤에 오클랜드 공군 기지에 도착해 하루 뒤에 가족과 상봉했다.
이 배에는 뉴질랜드 해군 외 7명의 민간인과 4명의 다른 나라 해군도 승선했는데 다른 기관 소속의 탑승자 3명은 이튿날 상업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해군 관계자는 당시 강풍과 높은 파도로 야간에 이뤄진 구조 작업이 쉽지 않았다면서 당시 배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함장의 판단이 옳았으며 결국 생명을 구했다고 전했다.
주디스 콜린스 국방부 장관도 끔찍한 날이 될 수도 있었다면서, 해군이 함정을 잃은 것은 슬픈 일이지만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은 ‘승리(triumph)’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면서, 지금 초점은 환경적 영향을 완화하고 선박 잔재를 구출하는 것이며 사건의 원인을 추측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은 없어, 캔터베리함 현지로 출발>
한편, 10월 9일 오후에는 기름 유출 방지 장비 등을 탑재한 해군의 ‘HMNZS 캔터베리(Canterbury)함’이 출항해 4일 동안 항해한 후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좌초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해군 관계자는 다이버들이 조사한 결과 함정은 암초 아래의 수심 30m에 가라앉았고 지역 주민들 주장과는 달리 탱크가 제대로 작동해 기름 유출은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잠재적인 해양 피해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물 위에 떠 있는 기름띠처럼 보이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의 해사 당국과 환경 전문가들이 10월 9일 현지에 도착해 조사에 들어갔으며 독립 그룹이 이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나와누이함은 지난 9월 28일 오클랜드의 데번포트를 떠나 케르마덱(Kermadec) 제도와 사모아, 토켈라우(Tokelau)와 니우에(Niue) 등 남서 태평양 지역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측량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사고 당시에도 ‘산호초 지도 작성(mapping reefs)’을 하던 함정은 지난 9월 28일에 오클랜드 데본포트를 떠났다가 오는 11월 1일 귀항할 예정이었다.
만재 배수량이 5,700톤인 이 함정은 2003년에 노르웨이에서 건조했으며 이후 석유 및 가스 산업계에서 사용하다가 2018년에 뉴질랜드 해군이 구입했다.
해군은 이듬해부터 이 배를 임무에 투입해 그동안 수로 조사 및 측량에 사용했는데, 한편 이 배에는 다이버를 위한 감압 체임버 등이 갖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