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km Te Araroa Trail 을 걷고 있는 김혜림씨, 이제 남섬 남쪽 끝을 향해 한발한발 가까이 걷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4월 6일 테카포 호수 인근에서 핸드폰을 물에 빠뜨려 자료 복구와 수리를 위해 크라이스트처치로 되돌아오는 소동 끝에 4일간의 일정을 허비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걷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테카포로 가는 차량을 얻어 타는 것이 쉬울 줄 생각하고 히치 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의외로 난관에 부딪혀 이틀 만에야 테카포의 걷기 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 핸드폰 수리는 되지 않았고 빌린 아이폰을 가지고 트레일 앱을 다운로드받아 다시 걷기 시작한 그녀는 둘째날부터 비를 만났고 무려 6일간 비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일기 예보에 걱정이 앞섰다.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게 했고 계속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러나, 테카포를 출발해 도착한 레이크 푸카키는 정말 아름다왔다.
그날 걷기에서 숙소까지 가려면 무려 48km 를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중간 푸카키 호수변에 텐트를 치고 하루 묵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푸카키 호수 인근에서 텐트를 칠만한 곳을 찾으며 걸을 때 연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낚시를 하던 한 사람이 말을 걸어왔고 북섬 끝에서 걷기 시작해 남섬 끝까지 테 아라로아 트레일을 걷고 있다고 했더니, 그 낚시꾼이 자신이 갓잡은 연어 한마리를 보여주며 선물로 주겠노라고 했다.
얼결에 연어를 비닐 봉투에 담아 얻어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든 생각은 그 연어를 어떻게 요리하지?였다.
도무지 봉투 속의 연어를 손대기도 난감하던 차에 또 다른 낚시꾼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연어를 보여주며 어떻게 요리해먹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연어 요리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해주었고 설명이 끝나자마자 연어를 요리해서 나눠 먹지 않을래? 연어 요리를 못하겠어. 라고 말했다.
같이 있던 어린 손자손녀들과 함께 그 낚시꾼은 잠시 생각했다가 그러면 구워먹자고 하더니 잘라서 요리를 해줬다. 그 가족과 함께 연어를 나눠먹고 한 토막만 저녁 식사로 챙겨서 다시 길을 떠났는데 이 작은 해프닝이 추억으로 남았다.
그날 이후, 비를 맞고 걷는 것은 참 힘들었다. 하루 종일 빗속을 걷고 밤에 텐트를 치고 자고, 다음날 아침 습기 가득한 텐트를 다시 가방에 넣어 길을 떠나야 하는 힘겨움 속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행객을 만났다.
호주에서 뉴질랜드를 방문한 그녀는 자전거 트랙을 따라 예정된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가까운 홀리데이 파크에 숙소 예약이 되어 있다며 마침 침대가 하나 남으니 빗속에서 텐트를 치지 말고 괜찮다면 그 곳에 하루 묵어도 된다고 했다. 그녀 덕분에 그날은 비를 피해 텐트를 치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음날에도 비는 계속 내렸고, 호주에서 온 그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김혜림씨는 걸어서 다시 길을 떠났다. 그날 일정에서 38km를 걸어야 다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빗속을 걸어 그 곳에 도달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어서 중간에 텐트를 치려고 했다. 그러나 35km 지점에 도착했을 때 날이 어두워졌고 텐트 칠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보자 하고 걷다가 보니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그날 출발했던 곳으로부터 38km 지점의 숙소에 도착했다.
전날 숙소 호의를 베풀어주었던 호주 여성은 그날 아침 헤어지며 혹시 가능하다면 자신이 묵을 예정인 38km 지점에 위치한 롯지의 방에 재워줄 수 있으니 만약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었다. 그녀는 자전거 트랙 여행을 하면서 숙소까지 패키지로 예약을 해두었고 혼자서 방 하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었다.
그렇게 두번째로 그녀의 숙소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빗속을 걷다가 도착한 그 곳은 여지껏 묵었던 그 어떤 숙소보다도 안락하고 좋은 시설을 가진 곳이었다.
핸드폰을 물에 빠뜨리는 일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가라앉았던 마음이 이렇게 두 번의 행운으로 숙소 호의까지 접하며 점차적으로 기운을 되찾았다.
호주에서 온 그 자전거 여행객은 항상 밝은 표정으로 "I am happy" 를 입에 달고 있었고 그녀와의 대화는 충분하게 마음에 활기를 불어 일으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자전거 트랙과 걷기 트랙은 일치해서 함께 갈 때도 있고 서로 다른 길을 갈 때도 있다. 호주 여행객과 마지막 만난 것은 두번째 호의를 받은 숙소에서 출발했던 낮이었다. 잠시 서로 다른 길로 헤어졌다가 중간에 길이 합쳐지는 곳에서 한 시간 먼저 출발한 김혜림씨는 우연히 또다시 호주 여행객을 마주쳤고 둘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단한 인연이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고는 김혜림씨는 산 속으로 트레일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4월 21일 저녁, 김혜림씨는 애로우타운을 2km 앞두고 산 속에 텐트를 쳤다고 알려왔다. 퀸스타운 이동석 한인회장은 퀸스타운 한인회 임원들과 김혜림씨의 걷기에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 숙소와 식사 제공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김혜림씨는 22일 토요일 애로운타운에 도착했고 이날은 이동석 한인회장님 댁에서 하루 신세를 지고 23일 일요일 퀸스타운을 통과하는 테 아라로아 트레일을 걷는다고 알려왔다.
>>퀸스타운의 걷기 소식은 다음에 이어집니다.
>>코리아포스트는 김혜림씨의 3,000km Te Araroa Trail 의 무사한 마무리를 기원하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김혜림씨의 걷기에 도움을 주거나 초청 강연 등의 연락을 하고 싶은 분은 카톡 아이디 nzreporter 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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