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 Araroa Trail 을 북섬 끝에서 남섬 끝까지 걷고 있는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 김혜림씨, 3월 28일에는 북섬 끝에서 2,245km 지점까지 걸었다.
3월 25일 2,173km 지점에서 다시 걷기 시작한 그녀는 28일까지 걷기를 한 후, 식량 보급을 위해 트랙을 벗어나 백패커에 묵으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이 며칠 동안의 걷기에서는 얕은 강을 돌을 밟고 건너야 하는 코스를 통과하는 동안 발에 무리가 많이 갔다. 돌에서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지기도 하면서 걷는 동안, 발이 너무 아파서 29일 하루 더 백패커에서 묵고 30일 이른 새벽 트랙으로 되돌아가는 스쿨 버스를 얻어타고 출발할 예정이다.
특히 3월 27일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Te Araroa Trail 을 안내하는 표지가 듬성듬성 나 있는 길을 다소 헤매기도 하며 걸었다. 식량도 거의 바닥을 보인 가운데 휴대용 버너의 가스마저 떨어져 생 라면을 물에 불려서 먹기도 했다.
30일 출발을 위해 식량 7일치를 배낭에 가득 채워넣고 다시 길 떠날 준비를 마쳤다.
29일 밤 늦은 시간의 전화 인터뷰에서 며칠 동안 특별한 일이 없었냐는 질문에 아주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북섬 통가리오에서 코리아포스트의 기사를 보고 자신도 테 아라로아 트레일을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로 했다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방문한 한국 청년을 예상보다 일찍 만난 것이다.
25세의 청년 김동욱, 그는 1년 동안의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기 전 뉴질랜드에서 무언가 기억에 남는 일을 더하고 싶던 차에 김혜림씨의 걷기 소식을 보고 자신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는 예비 조사차 통가리오에 들렀다가 우연히 김혜림씨를 만나게 되었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김동욱씨는 남섬 남쪽 끝으로 가서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하던 중 퀸즈타운에서 휴식을 취하며 또다른 테 아라로아 걷기를 했던 오클랜드 교민 박민배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오클랜드 교민 박민배씨는 지난해 북섬을 완주했고 올 1월에 직장에 휴가를 얻어 남섬 북단에서 남단 끝까지 걷기를 완주했다. 그는 남섬으로 떠나기 전 오클랜드에서 잠시 머물렀던 김혜림씨와 저녁 식사를 하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었다.
김동욱씨와 박민배씨는 퀸즈타운에서 우연히 만나 김혜림씨의 걷기에 대한 공통 화제로 잠시 대화를 나누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생 선후배로 Te Araroa Trail 의 경험을 주고 받았다.
김동욱씨는 남섬의 남쪽 끝에서 걷기를 시작한 후 두 시간 만에 엄청난 후회를 했다. 그만큼 걸어서 남섬을 이동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장비 등에 문제가 생겨서 퀸즈타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박민배 교민을 만나 걷기에 대한 조언을 얻어 다시 힘을 받고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김혜림씨를 만나기 하루 전날부터 김동욱 청년은 드디어 걷기에 제대로 흥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혜림씨는 하마트면 김동욱 청년을 만나지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3월 27일, 쉼터에서 김혜림씨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김동욱 청년은 그 곳을 지나며 쉼터에 들어갈지를 고민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들른 쉼터에서 두 사람을 마주쳤고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걷고 있는 김혜림씨와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걷고 있는 김동욱씨는 언젠가 트레일 상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줄 몰랐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야 하는 길 위에서 김동욱 청년은 다시 10km를 걸어온 길을 되돌아갔다. 김혜림씨를 만나기 하루 전날 묵었던 Hut으로 다시 되돌아가며 크게 한국 노래를 틀어놓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떨며 김혜림씨와 함께 걸었다.
김혜림씨보다는 훨씬 짧은 걷기였지만, 나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던 중 김동욱 청년은 사냥꾼들이 차를 태워준다고 해서 탔다가 두려움에 떨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사냥꾼들의 차에는 사냥한 멧돼지와 사냥개들이 타고 있었고 앞좌석에는 빈 자리가 없어 뒷좌석에 탔는데 사냥꾼들의 상태가 조금은 평범해보이지 않아 차를 타고는 두려움에 떨며 괜히 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사히 도착지에서 차에서 내렸고 사냥꾼들은 사냥한 멧돼지의 가장 맛있는 부위라며 칼을 들고 고기를 잘라서 비닐 봉지에 넣어 주었다.
그것을 들고 걷던 김동욱씨는 피가 뚝뚝 흐를 것 같은 고기 살점을 들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중간에 그것을 몰래 숨겨두고 트레일을 걸었다고 말했다.
김동욱씨는 남섬 트레일을 일주한 후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30일 다시 걷기 시작하는 김혜림씨는 이후 테카포에 도착할 때까지 연락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섬의 캔터베리 지역을 통과하고 있는 그녀는 남은 기간 동안 더욱 힘내서 걷겠노라고 말했다.
*김혜림씨의 Te Araroa Trail 걷기에 대한 문의는 카톡 아이디 nzreporter로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