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을 맡으려는 헬렌 클락 전 뉴질랜드 총리의 앞길이 그리 순탄하지 못하게 시작됐다.
7월 22일(금) 보도에 따르면, 사무총장 선출에서 1차적 권한을 가진 안전보장 이사회 소속 15개 국가를 상대로 첫 번째 '스트로폴'(straw poll·비공식 여론조사)이 실시된 결과 클락 전 총리는 12명의 후보자 중 5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투표는 각 후보에 대해 ‘encourage(권장)’와 ‘discourage(비권장)’, 그리고 ‘no opinion(의견 없음)’ 등 3가지 답변으로 나눠 표시됐으며, 이사국들이 후보 출신 국가의 대사에게만 통보하고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가 세계 언론에 곧바로 유포됐다.
그 결과 전 포르투갈 총리인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현 유엔 난민기구 최고대표가 모두 12개의 ‘encourage’를 받아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11개의 ‘encourage’와 2개의 ‘discourage’를 얻은 다닐로 튀르크(Danilo Turk)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이었다.
또한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3위, 그리고 부크 예레미치(Vuk Jeremic) 전 세르비아 외무장관과 스르잔 케림(Srgjan Kerim) 전 마케도니아 외무장관이 클락 전 총리에 앞서 공동 4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후보자 중에는 현재 유엔개발계획(UNDP) 대표인 클락 전 총리를 비롯해 여성이 6명이나 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아주 높은데, 여성 후보 분야에서도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1위에 오르며 클락 전 총리를 앞섰다.
유엔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그리고 ‘서유럽과 기타 그룹(Western Europe and Others group)’으로 그룹이 나뉘어 있으며 전통적으로 이들 그룹이 돌아가며 사무총장을 맡는데, 이번에는 총장이 서유럽과 기타 그룹에서 나오게 되고 뉴질랜드는 호주와 함께 이 그룹에 속해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과 러시아 등 거부권을 가진 5개의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총장 후보를 내지 않는데, 사무총장은 안보리에서 지명한 후보가 유엔 총회의 형식적인 인준을 거쳐 선출된다.
한편 러시아가 지금까지 동유럽 지역에서 사무총장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음을 들어 이번에는 동유럽 출신 사무총장이 선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클락 전 총리에게는 불리한 요소이다.
여기다가 이웃 호주의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총리가 뒤늦게 후보로 나서겠다면서 호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이어질 러드 전 총리의 행보 역시 클락 전 총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역시 현재 10개로 이뤄진 임기 2년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중 하나인데, 이들 15개 안보리 이사국들은 빠르면 다음 주초에 또 한번 투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향후 2개월여에 걸쳐 계속 의견을 조율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예상되거나 지지율이 부진한 일부 후보는 탈락하거나 사퇴하게 되며 안보리는 10월에 유엔총회에 낼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