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가졌던 심해어 블롭피쉬(blobfish)가, 올해는 ‘뉴질랜드 올해의 물고기(Fish of the Year 2025)’라는 뜻밖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3월 19일, 뉴질랜드 비영리 해양환경 단체인 ‘포레스트 앤 버드(Forest & Bird)’는 대중 투표를 통해 블롭피쉬가 2025년 ‘올해의 물고기’에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캠페인은 해양 생태계 보호와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유독 독특한 외모를 지닌 블롭피쉬가 눈길을 끌며 1위에 올랐다.
블롭피쉬는 물 밖에서 보면 흐물흐물하고 처진 얼굴로 인해 ‘슬퍼 보이는 물고기’ 혹은 ‘젤리처럼 생긴 괴생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는 어종이 수압이 낮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생기는 외형 변화일 뿐, 실제 서식지인 심해에서는 둥글고 유선형의 모습이다.
이 물고기는 약 600~1200m 심해에 서식하며, 부력을 유지하기 위해 뼈와 근육이 거의 없는 젤라틴 구조를 지닌다. 이런 진화적 특성 덕분에 블롭피쉬는 별다른 에너지 소모 없이 해저를 유영하며 먹이를 기다리는 생존 방식을 택한다.
포레스트 앤 버드는 “블롭피쉬가 못생겼다고 놀림받던 시절은 끝났다”며 “이번 수상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심해 생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인간 활동으로 위협받는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심해 트롤 어업 및 해양 쓰레기로 인해 블롭피쉬를 비롯한 심해 생물들의 서식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뉴질랜드 환경부 관계자는 “외모보다 중요한 건 존재 자체의 가치”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더 많은 관심과 보호를 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블롭피쉬는 2013년에도 영국의 ‘못생긴 동물 보존 협회(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로 이름을 올리며 인터넷 밈(meme)과 각종 문화 콘텐츠에서 자주 등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뉴질랜드의 수상은 그동안 ‘외모’로 평가받던 생명체에게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투표에 참여한 한 시민은 “블롭피쉬를 처음 봤을 땐 웃음이 났지만, 알고 보니 가장 적응을 잘한 생물이더라. 지금은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