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수) 한국에서 발생했던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용의자인 30대 남성이 뉴질랜드로 입국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이후 특히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뉴질랜드 교민사회에서는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29일(일) 오후에 오클랜드에서 용의자가 뉴질랜드 경찰에 체포된 후 절도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고 본국 송환이 논의 중인 11월 3일(금) 오전 현재까지 양국 언론에는 여러 차례 관련 내용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나 또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여러 내용들이 각 언론 매체 별로 제각각 보도되는 경우도 많아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는데, 3일 정오 무렵까지 사건이 진행되어온 과정을 양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요약했다.
<사건 발생 및 이후 전개 과정은?>
지난 10월 25일(수) 밤 11시경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 아파트의 주민인 A(55, 여) 씨와 그의 아들인 B(14) 군이 흉기에 여러 곳을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용인 동부경찰서는 아파트 CCTV를 통해 사건 나흘 전인 21일(토) 오후 2시에 숨진 여성의 장남인 김성관(Sungkwan Kim) 씨* 가 해당 아파트에 들어 왔다가 당일 오후 5시경에 다시 나간 것을 확인했다.
< * 김씨의 이름과 사진은 11월 1일(수) 뉴질랜드 법정에서 공개가 허용됐으나 한국 언론에서는 현지의 보도 관행에 따라 아직까지 김 모 씨로 보도되고 있으며, 나이는 한국 언론에서는 35세, NZ 일부 언론에서는 33세로 각각 다르게 보도되고 있음>
이후 당초 여행을 떠났다고 알려졌던 A 씨의 남편이자 김 씨의 계부(의붓아버지)인 C(57) 씨도 가족들 시신이 발견된 이튿날인 26일(목) 오후 4시경에 강원도 횡성의 한 콘도 주차장에 방치된 K5 승용차의 트렁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C 씨는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보였고 해당 차량은 19일(목)에 김 씨가 빌린 렌터카였으며 GPS 동선 추적 결과 C 씨는 가족이 숨진 같은 날짜인 21일에 평창군에 있는 한 국도의 졸음방지 쉼터에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A 씨는 C 씨와 2004년에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학생인 B 군은 둘 사이에 낳은 자식이고 김 씨는 A 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경찰은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한 결과 그가 사건 하루 뒤인 22일에 항공권을 예약한 후 다시 하루 뒤인 10월 23일(월) 오후 5시에 부인 정모(32) 씨와 두 딸(2, 생후 7개월)을 데리고 인천공항을 통해 뉴질랜드로 출국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리는 한편 뉴질랜드 당국에 김 씨에 대한 소재 파악과 함께 범죄인 인도 요청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한국과 뉴질랜드 간에는 지난 2002년 4월에 범죄인인도 조약이 맺어졌으며 그 이전인 1999년에 이미 형사사법공조 조약도 맺어져 있는 상황이다.
<큰 소동 일어난 오클랜드 교민사회>
김 씨는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뉴질랜드 이민부(INZ)는 그와 가족들이 24일(화) 아침에 오클랜드 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김 씨가 영주권자라는 사실을 곧바로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뉴질랜드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오갔으며 2008년 이혼 후 2014년에 현재 부인과 재혼한 것* 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영주권을 획득했으며 부인과 아이들의 영주권 보유 여부는 따로 보도되지 않았다.
<* 한편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용의자의 이혼 및 재혼 시기를 다르게 표기한 경우도 있다>
2015년 무렵에 한국으로 간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지금까지 일정한 직업이 없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부터 모텔에 머무는 등 주거도 일정하지 않았는데, 모친에게 의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에서 가족과 갈등이 많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 간 돈 문제가 이번 사건의 배경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으며 실제로 그가 체포된 후 한국 언론에서는 김 씨가 숨진 모친의 계좌에서 1억 2000만원을 여러 차례 나눠 인출한 후 10만 뉴질랜드 달러를 환전했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실제로 사건 당시 김 씨는 강원도에서 싸게 나온 콘도를 가지고 자신이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서 범행 장소까지 계부를 유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숨진 여성과 아들의 얼굴이 흉기에 의해 손상되었으며 현장에 지문감식을 방해할 목적으로 밀가루가 뿌려진 사실도 확인되었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는 범인이 범죄영화 등을 보고 모방해 저지른 행동인 것으로 추정했으며, 얼굴 손상은 사건을 저지른 요인 중 하나가 원한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혈흔을 포함해 현장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어 발코니에서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범죄 현장인 줄 몰랐을 정도였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또한 용의자는 출국 전까지도 숨진 이들의 휴대폰을 갖고 다니면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은 후 희생자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 본인이 도피할 시간을 벌고 사건도 은폐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범행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민 제보로 붙잡힌 용의자>
양국의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입국했던 용의자는 입국 직후 오클랜드의 신도시 지역에 월 임대료가 260만원 안팎인 2층짜리 주택을 임대하고 검정색 벤츠 SUV를 구입했으며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구입해 집으로 배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짐도 없이 새로 나타난 일가족을 수상하게 여긴 한 교민이 이를 신고해 용의자는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5일째인 29일(일) 오후 5시 30분경에 한 건물 안에서 뉴질랜드 경찰에 체포됐으며 당시 부인은 차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한편 당시 범인 체포를 보도한 많은 한국 언론에서는, 범인이 고급 주거지에 있는 호화주택과 고급 차량을 구입했다고 보도해 이곳 교민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했는데, 나중에서야 주택을 임대한 것 등으로 내용이 바뀌어 보도되기 시작했다.
한편 용의자 체포 과정에서 해당 교민이 오클랜드 대사관 분관으로 제보했지만 담당 직원이 수사권이 없으므로 현지 경찰로 연락하라고 했다는 사실이 한국의 한 언론에 보도된 뒤 다른 언론들로까지 확대 보도되면서 한때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제보자는 현재 수사를 담당 중인 용인동부경찰서에 전화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당국으로부터 이를 전해 들은 뉴질랜드 경찰은 용의자가 2015년에 자신이 거주하던 플랫에서 4100달러 상당의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를 훔쳐 기소된 상태임을 확인하고 일단 절도 혐의로 용의자를 체포해 구금했다.
당시 이를 보도한 한국 언론에서는 대사관 분관을 영사관, 또는 총영사관으로 지칭하는 등 명칭에도 착오를 일으켰으며, 특히 당시 담당 직원의 응대에만 초점을 맞춰 범인 체포가 미궁에 빠질 뻔했다면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보 교민은 당시 JTBC 기자와 인터뷰 중 경찰영사(주재관)의 대응이 언론에 잘못 보도돼 교민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질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이는 사실과 다르며 경찰영사 역시 어려움 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용의자 송환까지 문제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코리아 포스트의 기사 댓글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오클랜드 교민사회는, 일가족 살인 사건 용의자가 오클랜드로 입국했다는 뉴스가 양국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에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신원이나 사진 등이 공개되지 않아 교민들이 크게 불안해했던 상황이었다.
<송환 앞둔 용의자, 가족은 먼저 귀국해>
김씨는 체포 다음 날인 10월 30일(월) 오전에 오클랜드 노스쇼어 지방법원 법정에 출두했으며 이 자리에는 통역과 함께 한국 대사관의 담당자도 참석했다.
이날 한때 용의자가 단순 절도혐의로 출두한 만큼 자칫하면 곧바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한국으로의 송환 절차도 여러 달 걸릴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와 교민들을 우려하게 했다.
그러나 이미 용의자 체포 과정에서부터 뉴질랜드 경찰은, 그가 한국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자이며 인터폴 수배와 함께 뉴질랜드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준비 중인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상태였다.
한국 정부 역시 30일 밤에 긴급히 검찰과 외교부를 거쳐 뉴질랜드 당국에 범죄인을 인도하기 전까지 구속해줄 것을 바라는 ‘긴급인도구속’을 요청했으며 뉴질랜드 정부가 이를 감안한 듯 용의자는 첫 번째 법정 출두 후 당일 다시 구금됐다.
또한 11월 1일(수) 다시 법정에 출두한 용의자에 대해 담당 판사는 신분 공개를 허용해 이날부터 뉴질랜드 언론에는 김 씨의 전체 이름과 사진이 공개적으로 게재되거나 재판 장면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김 씨의 송환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이날 김 씨의 변호인은 의뢰인이 본국으로 송환되는데 동의했으며 서류상 송환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용의자는 조기에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담당 판사는 이날, 절도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오는 12월 1일(금)까지 용의자를 구금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뉴질랜드 언론들은, 양국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는 45일의 ‘실행기간(window)’이 주어져 있지만 사회적 안전 등을 고려해 이보다 빠른 시간 내에 앤드류 리틀(Andrew Little)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의 서명을 마친 후 실제 송환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