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진단받기 위해 심장 스캔을 기다리는 일부 환자들이 심각한 지연으로 인해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상황이 극도로 심각해지자, 한 의사 단체는 지난해 말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심장 건강 관리 개선을 위한 도움을 호소했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심장 재단(The Heart of Aotearoa New Zealand Kia Manawanui Trust)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최소 15,000명의 환자가 심장 질환 진단을 위한 초음파 검사(심초음파)를 대기 중이며, 이는 심장 및 암 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검사이다.
재단의 의료 책임자인 사라 페얼리 박사는 와이카토(Waikato)와 웰링턴(Wellington) 지역이 특히 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카토 지역에서는 현재 7,500명의 환자가 심장초음파 검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 중 약 80건이 긴급 사례로 알려졌다. 38주 안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현재 약 1년을 기다려야 하며, 개인 병원에서는 800달러를 지불하지 않으면 빠른 검사가 불가능하다. 일반 대기 환자들은 아예 예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웰링턴에서는 대기 기간이 10개월에 달한다.
페얼리 박사는 이러한 지연으로 인해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료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기 명단에 있는 동안 환자들이 건강이 악화되거나 심각한 위험에 처하는 경우를 직접 목격했다고 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페얼리 박사는 ‘건강상의 피해’를 말할 때, 이는 질환이 고위험군으로 진행되어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2024년 10월 14일 자 공개 서한에서, 페얼리 박사와 재단 최고경영자인 레티시아 하딩은 뉴질랜드의 의료 시스템이 심장 질환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심초음파 검사가 심부전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의 출발점이며, 판막 질환 의심 환자의 진단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심장학과 전문의들은 럭슨 총리에게 보낸 레터에서, 대기 명단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고 더 이상 이를 방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스템이 붕괴되었고, 뉴질랜드 국민들이 자신의 생명으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은 신속한 검사를 위해 추가적인 심장병 병상, 의료 인력,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수술실 및 진단 장비, 필수 의료 기기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약품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심장 재단은 지난해 12월 16일에도 같은 요구를 반복했지만, 페얼리 박사는 의료 수용 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개 서한을 보낸 후 총리실이나 보건부, 관련 담당자로부터 직접적인 답변이나 소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장 재단의 심장 전문의 자문 위원이자 뉴질랜드 심장학회(Cardac Society New Zealand) 대표인 마틴 스타일스 박사는, 환자들이 개인 병원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도록 권유받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어떤 환자는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3개월 내에 심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검사가 1년 이상 지연되는 바람에 수술이 훨씬 더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졌다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타일스 박사는 와이카토 병원의 관할 지역인 레이크스(Lakes), 타이라휘티(Tai Rāwhiti), 타라나키(Taranaki) 지역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들은 뉴질랜드 내에서 심장 치료 접근성이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며, 마오리 및 태평양 섬 출신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의료 형평성 문제이기도 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스타일스 박사는 또한 검사 결과 보고 지연이 의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은 예약한 진료에 방문하지만, 검사가 지연되면서 검사 결과 없이 진료를 보게 된다고 그는 전했다.
스타일스 박사는 더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며 솔직히, 이제는 지쳤다고 호소했다. 그는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해결책 필요>
오타고 대학교(Otago University) 임상 초음파 교수인 질리안 월리 박사는, 일부 긴급 심초음파 검사 요청이 심장 질환자가 아닌 다른 질환(암 치료 및 마취 준비 등)과 관련되어 있어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리 박사는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양 전문 간호사가 높은 품질의 초음파 검사를 수행하고 신속하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심장 전문의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필요한 환자들이 더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월리 박사는 말했다.
또한, 더 나은 IT 인프라를 구축하여 불필요한 반복 검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월리 박사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기 어려워서, 같은 검사를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병원 내에서도 응급실(ED)에서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냥 다시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필요한 검사로 인해 새로운 환자들이 검사를 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응과 우려>
테 와투 오라(Te Whatu Ora) 와이카토 지역 심장 전문 책임자인 TV 리우 박사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환자들의 건강 상태와 급성 질환으로 인해 심장 진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TV 리우 박사는 연간 약 11,000건의 심장 초음파 검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의료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외부 용역을 활용하며, 심도자실(cath lab) 확충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부 장관 시메온 브라운은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며, 추가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와이카토 지역에서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창의적인 해결 방안과 정책 제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덧붙였다.